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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런던일상 5일차 하루

by Daria



다섯 번째 맞이하는 런던의 아침을 따뜻한 고봉밥에 일본식 카레와 가라아게로 시작한다. 다크초콜릿이 들어가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커리에 자꾸만 밥을 말게 된다. 후식으로 꺼낸 사과에는 허전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땅콩버터를 바른 빵을 더했다. 런던 온 이래로 너무 잘 먹고살아 큰 일이다.




날씨가 좋아서 겨드랑이에 노트북을 끼고 어슬렁어슬렁 또 혼자 소호로 향해 본다. 집에서 소호까지는 도보로 약 40분 정도 걸리지만 두리번두리번 예쁜 풍경에 둘러싸여 걷다 보면 40분이 20분처럼 짧게 느껴진다. 런던을 떠날 때쯤 되면 이 아름다운 풍경에도 질리게 될까? 지금으로선 그러한 일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날씨에 따라, 기분에 따라 매일매일이 새로운 느낌인 걸.




지나가는 길에 발견한 커피숍의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 조만간 가보려고 사진을 찍어 뒀다.




오늘 내가 가려고 목표한 카페는 'Monmouth Coffe Company'로, 커피가 매우 맛있는 커피숍이라고 추천받아 오게 됐다. '런던'과 '커피숍'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으레 생각나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지녔다. 실내와 야외 노천석 모두 이용이 가능한데 런던의 오묘한 하늘빛 아래 놓인 야외석의 분위기가 확실히 좋아 보였다. 다음에 날씨가 좋으면 나도 야외석에 앉아 봐야지.




커피 주문을 마치고 아주 약간 기다린 뒤 실내 자리로 안내받았다. 실내 자리의 경우 다른 사람들과 테이블을 공유해야 해서 프라이빗한 이용을 원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노트북을 이용할 계획이었고 당연하게도 한국처럼 카페에 무료 Wifi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실내석을 택한 것인데 직원에게 물어보니 무료 Wifi 제공이 되지 않는단다. 런던에서 지내며 알게 된 다소 슬픈 사실은 Wifi가 제공되지 않는 카페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의 카페는 Free Wifi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고, 만약 있다고 해도 한국의 인터넷과 같은 속도는 절대로 기대해선 안 된다.


테이블마다 설탕이 든 커다란 그릇이 하나씩 놓여 있다.



직원에게 가장 인기 많은 메뉴 혹은 추천하는 메뉴가 있는지 물어보니 Flat White와 Cortado를 추천하기에 따뜻한 Flat White 한 잔을 주문했다. 잠시 후 받은 플랫화이트의 우유는 솜사탕처럼 부드러웠고 에스프레소의 맛은 깊고 상큼하여 내 취향과 무척이나 잘 맞았다. 전반적으로 우유와 커피의 조화가 아주 좋았고 각 재료의 풍미도 우수했다. 직원들 또한 모두 다 매우 친절하고 다정하여 들어간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머무는 모든 시간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다만 테이블 공유로 자리가 매우 협소한 데다가 카페 안의 크기 자체도 매우 작고 좁아 노트북 작업을 비롯하여 무언가 집중해서 해야 하는 행위는 하기 어렵다는 점이 유일하게 아쉽다. 다음에는 빈 손으로 와서 그저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즐기다 가야겠다.




귀찮게 노트북을 챙겨 나왔는데 1분도 사용하지 못하고 그냥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쉬워서, 그리고 1일 1 스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 내셔널 갤러리로 향했다. 전에 내셔널 갤러리에 방문했다가 봐 둔 관내 카페가 있어 오늘은 그곳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갤러리 입장 줄을 기다리며 본 오후의 하늘은 또 어쩜 이리도 낭만적인지, 파스텔 빛 오로라가 광장 위에 펼쳐진 것만 같았다.




내셔널 갤러리 Ground Floor에 위치한 'Muriel's Kitchen'에 왔다. 매대 위에 놓인 갖가지 종류의 빵들이 하나같이 모두 다 맛있어 보여 전부 먹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러기엔 금전적인 여유가 그리 많지 않으니 스콘만 집어 들었다.




어김없이 클로티드크림 그리고 쨈과 함께 제공되는 스콘. 나는 클로티드 크림을 정말 좋아하는데 한국에서는 스콘에 늘 클로티드크림이 아닌 버터가 제공되어 아쉬웠으니 이곳에선 물 만난 물고기처럼 거의 매일매일 스콘을 사 먹는다. 클로티드 크림을 듬뿍 퍼서 스콘에 발라 한 입 베어 먹으면 정말이지 너무나 행복한데 거기에 상큼 달달한 과일잼까지 발라 또 한 입 먹으면 이 순간만큼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게다가 따뜻한 홍차로 식도와 위장까지 훈훈하게 데우면 따뜻한 봄날의 도원에 들어온 것과 같은 기분이다.




이곳 역시 Wifi가 제공되지 않지만 공간이 넓고 테이블 이용도 한결 편하여 무언가 집중하여 작업하기에는 꽤 좋은 장소인 것 같다. 각자만의 시간을 차분하게 보내고 있는 사람들로 찬 카페의 풍경이 참 좋다. 차분한 느낌의 세이지그린색 인테리어와 벽에 걸린 명화들도 한데 어우러진 것이...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꽤 괜찮은 장소인걸?




내셔널 갤러리가 문을 닫는 시간과 동일하게 이곳 또한 18시에 영업을 마감하여 나도 한창 집중하고 있던 여행 일기 쓰기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서점 'Waterstones'가 있어 책을 구경하러 들어갔다. Piccadilly점 Waterstones의 경우 서점은 0층과 지하층 총 두 층을 차지하고 있고 1층은 카페였다. 둘러보니 컬렉션도 다양하고 흥미로운 책도, 사고 싶은 책들도 많았는데 오늘 카페를 두 군데나 다녀왔으니 더 이상 돈을 쓰면 안 될 것 같아 책 구입은 다음을 기약하고 서점을 나왔다.




둘러보니 한쪽에 해리포터 굿즈도 진열되어 있어 해리포터 덕후로서 급격히 치솟아 오르는 구매욕을 꾹꾹 내리누르느라 혼났다. 특히 사진 속의 저 기숙사 노트가 가장 탐났다. 기숙사별로 모두 다 사고 싶었는데 가격표를 보고는 조용히 내려놨다.




하루를 마치고 (아직 운동이 남아있지만) 집으로 향한다.




헬스 초보라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혼자 차근차근 터득해가고 있는 중이지만 그래서인지 또 나름대로 성장 및 발전하는 재미가 있다. 필라테스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재미있는 운동이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헬스를 즐겨하는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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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바디 비슷한 Health Check 기구도 있는데 이용하려면 요금을 지불해야 해서 아마 쭉 이용할 일 없을 것 같다. 어차피 한국에 돌아가면 다니는 센터에서 인바디 측정을 무료로 할 수 있는데 굳이, 지금, 돈을 내고, 스스로 충격 먹을 필요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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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 갔다가 러닝과 함께 귀가하는 길에 찍은 예쁜 동네 풍경 영상을 덧붙이며 다섯 번째 하루 기록을 마무리한다. 벌써 5일이나 지나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따름이다. 매일매일이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런던의 하루, 그렇게 또 하나의 날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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