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 런던살이 6일차. 다시 만난 V&A

by Daria



런던살이 여섯번째 아침을 따뜻한 백숙, 그리고 많은 양의 밥과 함께 시작한다. 따뜻한 닭국물에 밥이 절로 자꾸 말아진다.




오늘은 Victoria & Albert Museum에 가기 위해 부지런히 길을 나서본다. 집에서 그곳까지는 걸어서 약 56분정도 소요되어 걷기에 살짝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버스를 타도 45분 정도 예상되기 때문에 돈을 아낄 겸 걸어가기로 했다. 역시나 어딜 걷든 항상 예쁜 거리 광경 덕분에 1시간쯤 되는 거리일지라도 지루할 새가 없다. "우와! 예쁘다! 어머 이건 찍어야 해!"를 남발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달까.




런던에서 자주 보이는 서점 'Waterstones' 그리고 영양제 브랜드인 'Holland & Barrett'을 지나가다 찍었다. 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찍은 것은 아니다.




지나가다가 무척 러블리하고 예쁜 초록색 외관의 티룸이 눈에 띄어 조만간 가려고 찍어 뒀다(그리고 다음날 바로 갔다). 구글링해보니 나름 런던에서 유명한 티룸들 중 하나로 꼽히는 것 같았다.




즐겁게 산책했을 뿐인데 벌써 여정의 절반이나 넘게 지나왔다.






이제 정말 거의 다 왔다. 거리가 너무 예뻐서 기분이 좋아~~




드디어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앞에 도착했다. 약 1년만에 다시 찾은 이곳, 불과 1년 지났을 뿐인데 느낌이 사뭇 색다르다. 전에 왔을 때는 이보다 좀 더 늦은 시간에 방문했어서인지 그때 기억 속에 남아있는 분위기와 지금 바라보고 있는 분위기는 제법 다르게 느껴진다.




미술관 바로 앞의 버스정류장 풍경도 괜히 예뻐서 찍어봤다. 난 정말이지 런던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




환한 대낮에 보니 박물관 외관이 이렇게나 섬세하고 화려하다.




안에 들어오니 1년 전 그대로의 익숙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여전히 예쁘고 화려한 V&A Museum. 과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Ground Floor의 화려한 조각 미술 작품들을 먼저 감상한다. 이전에도 봤던 작품들이지만 좋은 예술품들은 보고 또 봐도 매번 참 좋다.




좋은 미감을 지녔을 것만 같은 어떤 여성 관람객에게 내 사진도 하나 부탁하여 꽤 맘에 드는 사진을 건졌다.






비비드한 색이 눈에 띄는, 정교하게 그림을 그려 넣은 도자기들이 나의 발길을 꽉 붙잡았다. 찻잔, 그릇 등을 비롯한 도자기류를 좋아하는 나는 유난히 이런 것들에 눈이 돌아간다.




V&A Museum이 이렇게 재밌는 곳이었던가. 온갖 작품들로 너무 너무 즐겁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나는 옛날 악기들을 보곤 너무 신이 나 감탄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어느 거울방 한가운데 하프가 놓여 있는데 (좀 뜬금없지만) 아름다워서 또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관람하다가 어떤 노부부의 다정한 뒷모습을 보고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나도 언젠가 결혼을 한다면 이렇게 늙고 싶다.




조각상 얼굴을 보니... 이때 굉장히 일하기 싫은 상태였나보다 싶어서 웃겼다.




어쩐지 육아 난이도 최상일 것 같아 보이는 모습....




V&A Museum은 화장실도 예쁘다.




정원으로 나가고 싶었는데 출입이 막혀있어 아쉬웠다.




오늘도 1일 1스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V&A Cafe에 왔다. 전에 와서 먹었을 때도 딱히 인상깊은 맛의 스콘은 아니었지만 워낙 카페가 예뻐서, 이번엔 다른 Hall에 앉아보고 싶어 재방문했다.




위의 사진은 지난번에 앉았던, 가장 인기가 많고 화려한 홀이고, 나는 이번에 아래 사진의 홀에 앉았다. 어둡고 아늑... 아니, 아늑하진 않다. 난 밝은 게 좋아. 이 홀은 다른 홀에 비해 유난히 어둡다.




진열대에 놓인 케이크들이 모두 다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런던에서 음식의 생김새만 보고 속아 넘어가선 안 된다. 델리만쥬 급의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음식들이 꽤 많다. 런던 생활하며 새삼 느끼는 것은 대한민국이 어디 뒤지지 않을 만큼 은근히 미식의 나라인 것 같다는 점이다.




전과 똑같이 스콘과 홍차를 주문했다. 1년 전에 먹었던 스콘은 하나도 따뜻하지 않았는데 오늘 받은 스콘은 약한 온기가 남아있어 그때보다 더 맛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클로티드크림이 많이 아쉽다. 이 곳에서 직접 만든 크림이 아닌 것 같은 건 물론이고 질감도 영 별로다. 그래도 스콘은 꽤 먹을만 했고 쨈도 맛있었다. 또다시 V&A Cafe를 방문할 경우 스콘은 두번 다시 주문하지 않을 것 같다.




책도 좀 읽다가, 메모도 좀 끄적이다가, 사람들 대화도 좀 엿듣다가...




어느새 스콘과 차를 모두 다 먹어 치웠다.




카페를 나와 라파엘(Raphael)의 Cartoon 작품들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한 런더너 관람객이 내게 말을 걸어 작품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게 됐다.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뮤지엄 폐점 시간이 임박하였고 보안요원에게 여러차례 퇴장을 종용당하여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해 대화를 이어나갔다. 사실 커피숍으로 이동하기 전, 부끄럽게도 내가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는 않아 여기서 그만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가 흔쾌히 커피를 사주겠다고 하여 고맙게도 함께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커피 한 잔을 대접하는 런더너들의 유쾌하고 따뜻한 성정이 참 좋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던 중 시간은 흘러 저녁 8시쯤이 되었을 무렵, 그가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해야 한다며 이만 해산하자고 했다. 나 역시 집까지 또 한시간 가량을 걸어가야 하는 처지이니, 해산하자는 말에 흔쾌히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집에 돌아와 빵에 땅콩버터를 발라 사과, 홍차, 그리고 와인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사진 속에는 빵이 한 장만 있지만 당연하게도 한 장만 먹었을리 만무하다. 어릴 때부터 무수히 많은 양의 땅콩버터를 먹고 자라난 나는 입맛이 그에 길들여졌는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정말이지 멈출 수가 없을 만큼 땅콩버터를 무진장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다.




도보로 왕복 두시간 되는 거리를 오갔더니 별 것도 안 했는데 하루가 다 가 버린 기분이다. 오늘 하루 중 좋았던 점을 꼽아보자면,

1. 지난번엔 이정도로 좋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Victoria & Albert Museum이 정말 재미있는 박물관이구나.

2. 런던 사람들은 (매일 말하는 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친절하고 재미있다.


앞으로도 이어질 나날들에 대한 분홍 노을빛 꿈을 꾸며, 오늘도 Sweet Dreams!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 런던일상 5일차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