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제육볶음과 된장국으로 든든하게 시작하는 여덟 번째 런던의 아침! 제육볶음은 언제나 진리지. 밥도둑이 따로 없다.
그렇게 먹고 나서도 건강을 위해 과일을 챙겨 먹는다는 이유를 핑계 삼아 땅콩버터와 빵을 곁들이는 나.
오늘은 어제 지나가다 봐 뒀던 'The English Rose Cafe and Tea Shop'에 스콘을 먹으러 갈 계획이다. 약간 하늘이 흐리기는 하지만 비가 오지 않으니 이 정도면 괜찮은 날씨인 것 같다.
또 봐도 참 개성 있고 예쁜 나뭇잎색의 카페다. 이름도 어쩜 (좀 올드하긴 하지만) English Rose인지, 장미를 좋아하는 나에겐 상호명마저도 취향에 꼭 맞는 카페다.
내가 안내받은 자리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있는 공간이었지만 Bar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귀엽고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공간도 있다. 내가 들어갔을 당시에는 안쪽 자리가 만석이어서 바깥쪽으로 안내받았다. (며칠 뒤 또 갔는데 그때는 안쪽으로 안내받았다)
바깥쪽에 앉으면 이렇게 창밖을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쪽은 좀 더 아늑한 느낌이 난다면 바깥쪽은 좀 더 개방되어 있고 (테이블이 적어) 조용한 느낌이 난달까.
글자를 식별하기 힘들게 사진이 나왔지만 양면 중 한쪽 면의 메뉴이다. 보통 스콘 하나와 차 한잔을 함께 마시면 약 10파운드 내외, 애프터눈티세트를 즐기면 인당 35파운드를 예상하면 된다. 명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Breakfast 메뉴도 있었던 것 같다.
스콘 종류는 아주 다양하진 않았지만 바닐라, 레이즌, 치즈 정도로 있을 만한 스콘들은 충분하게 갖추고 있다.
나는 바닐라스콘(with 클로티드크림, 쨈)과 직원에게 추천받은 백차를 주문했다. 홍차와 달리 백차를 주문하니 우유는 제공되지 않았다. 백차에는 산뜻한 과일향이 나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내 취향에는 홍차가 조금 더 맞는 것 같지만 홍차 특유의 텁텁함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백차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내 바로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애프터눈티세트를 주문해서 먹기에 맛이 어떻냐고 물어보니 엄청 맛있다고 대답하여서 나도 다음에 애프터눈티세트를 먹으러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이곳의 애프터눈티세트는 1단 스콘, 2단 케이크, 3단 샌드위치로 구성되어 (자유 선택 가능한) 차 한잔과 함께 인당 35파운드에 이용 가능하다.
나가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는데 어쩜 화장실도 참 귀엽고 사랑스럽게 꾸며놨다. "어머! 저 귀여운 자전거는 뭐야~~" 하면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내 사진도 한 장 찍었다. 히히
집에 돌아와 "또" 식빵과 땅콩버터를 먹었다. 화수분처럼 빵봉지에서 계속 계속 꺼내어지는 빵.... 아침에 먹었던 제육볶음이 밥도둑이라면 땅콩버터는 빵도둑이 아닐까....
저녁을 먹고 조금 쉬다가 템즈강으로 러닝을 나갔다. 템즈강변 바로 옆에 산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냥 바라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템즈강을 끼고 달린다는 것은 그 이상의 큰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그날그날 플레이리스트에 따라, 그리고 날씨에 따라 같은 템즈강에서의 러닝일지라도 다채로운 기분을 선사한다. 이날은 (아마도) DAY6와 aespa 등의 노래들을 들었을 것이다.
운동하고 돌아와 먹은 과자 'Stroopwafels'. 한국에서도 흔히 보이는 토피넥과 같은 종류의 과자라고 보면 되는데 토피넥보다 이게 더 맛있다. 하지만 달기도 더 달아서 많이 먹으면 건강에 무진장 해로울 것 같다.
전에 샀던 사과를 다 먹어 버렸기도 하고 우유도 필요해서 Sainsbury's에 방문하여 장을 봤다. 아, 한 가지 웃픈 사실은 물건을 다 고르고 하필 계산대에 이르러서야 credit card를 집에 두고 나왔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바보같이 모든 상품들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집으로 돌아가 카드를 가지고 다시 나왔고, 제자리에 돌려놨던 상품들을 다시 꺼내어 계산대로 가져왔다. 그나마 집이랑 가까운 마트였으니 망정이지 원정 쇼핑이라도 나왔으면 정말 속상할 뻔했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홍차와 함께 레몬케이크를 먹어 보았는데 세상에! 마트에서 파는 케이크이니 솔직히 별 맛도 없을 거라 생각하며 속는 셈 치고 산 건데 너무너무 맛있다. 레몬이 들어간 제과류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아주 제대로 저격한 (좀 많이 달지만) 맛있는 레몬 케이크였다. 첫 시도가 이렇게나 성공적이니 다른 케이크들도 안 먹어볼 수가 없겠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너무 잘 먹고 잘 사는 나의 런던 일상... 그렇게 여덟 번째 밤이 달콤한 레몬 향기와 함께 흘러간다. 내일은 내 인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Pub에 가보는 날이다. 주량도 몹시 적고 시끄러운 분위기도 싫어하는 편이라 여태껏 살면서 Pub 한 번 가본 적이 없는데 드디어! 진짜배기 런던 펍을 가보게 되다니. 약간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얼른 내일 저녁이 왔으면 좋겠다.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