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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웨스트엔드 최고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

by Daria



꾸준히 언급해 와서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겠지만 나는 오페라를 무척 좋아하는 반면 뮤지컬은 그다지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뮤지컬의 고장이라 불리는 런던에서 지내면서도 뮤지컬 공연은 고작 두 번밖에 보지 않았을 정도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뮤지컬은 하나의 공연 안에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때때로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거나 일부 지점에서는 음악적으로 깊이 있게 다가오지 않기도 하다. 런던에서 앞서 관람했던 <물랭루주>는 이러한 생각을 더욱 굳히게 했던 작품이었는데, 화려한 무대와 다양한 요소들이 인상적이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꽤 산만하게 느껴졌고 내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이러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왜 이렇게 구구절절 하는가 하면, 바로 이번에 본 <오페라의 유령>이 그 생각을 완전히 깨부수고 난생처음으로 뮤지컬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도록 해 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뮤지컬을 보았지만 아무리 우수한 공연일지라도 항상 아쉬움이 못내 남곤 했는데 이 <오페라의 유령>은 정말이지 다른 의미로 아쉬움이 남았다. "끝났다고? 안돼. 3막 가자고. 나 4막까지도 앉아있을 수 있는데. 밤도 새울 수 있단 말이야. 당장 더 내놓으시오!"


뮤지컬 < Phantom of the Opera (오페라의 유령) >은 Gaston Leroux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Andrew Lloyd Webber의 작곡을 통해 1986년 런던 웨스트엔드 His Majesty's Theatre(구 Her Majesty's Theatre)에서 초연된, 뮤지컬계의 대선배와도 같은 작품이다. 초연 이래로 현재까지 이토록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건 그만큼 이 작품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1막이 시작되면 천에 덮여 있던 무대 위 샹들리에가 모습을 드러내고 웅장한 음악과 함께 천장으로 올라가는데 이때부터 기선 제압 제대로 하며 관객의 흥미를 단단히 사로잡는다. 그 후 이어지는 웰메이드 넘버들과 화려한 무대 연출, 좋은 넘버들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우수한 노래 실력, 탄탄한 서사와 메시지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모든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다양한 장르가 혼재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요소들이 부족함 없이 각자의 무게를 굳건히 갖고 있다. 만약 뮤지컬이란 것이 이와 같다는 걸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난 진작에 뮤지컬과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이런 재미있는 뮤지컬을 이제야 봤다니. <오페라의 유령>이 뮤지컬에 대한 그전까지의 나의 생각을 그야말로 완전히 뒤바꿔주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앞으로도 반복해서 재관람하고 싶은 의향이 매우 있다. 만약 누군가 런던에 여행을 가는데 어떤 뮤지컬을 보면 좋을지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난 주저 않고 이 공연을 추천할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은 모두 다 다르니 개개인의 호불호는 내가 보장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 공연을 보던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그 여운이 다시금 생생하게 몰려올 정도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겨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이런 귀중한 경험을 놓치지 않고 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좋은 공연을 보고 감동과 영감을 받은 이러한 순간순간들이 모여 내 인생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니까 말이다.




공연 예매창(어플 TodayTix)과 공연장 보드에서 확인한 당시 캐스팅 정보.



외관부터 화려하고 웅장한 His Majesty's Theatre 건물. 초연 이래로 쭉 이 공연장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상연해 오고 있다고 한다.



공연 시작 전에는 천에 덮여 있는 샹들리에.



1막이 시작되면 베일이 벗겨지고 샹들리에가 천장으로 올라간다. (1막 종료 후 인터미션 때 찍은 사진)



공연이 모두 끝난 후 커튼콜 때 찍은 사진.



공연장 외부에 캐스팅보드를 비롯하여 포스터들이 많이 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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