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해 겨울이 되면 찾아오는 환상세계 <호두까기인형>

Tchaikovsky | Ballet <The Nutcracker>

by Daria



매년 겨울마다 연례행사처럼 찾는 국립발레단의 발레 <호두까기인형>의 뒤늦은 기록을 남긴다.

가끔 예외도 있지만 거의 매년 기완왕자가 무대에 서는 날을 골라 예매하는 편인데 이 날 역시도 기완왕자 현희마리 페어의 날로 예매하였다. 꾸준히 기완왕자의 <호두까기인형>을 보다 보니 얻게 된 좋은 점은, 국립발레단이, 그리고 김기완 발레리노가, 매년 반복되어 이뤄지는 이 공연에 어떠한 미묘한 변주를 넣고자 했는지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이번 2024년의 <호두까기인형>에서는 무대 디자인이나 연출의 변화와 기완왕자의 소소한 애드리브가 유달리 눈에 띄어 그것이 내게는 또 다른 재미 요소가 되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어린 마리 역을 맡은 어린이 발레리나의 실력이 매우 출중했다는 점인데, 춤 실력은 물론이고 연기까지 우수하여 어른 못지않은 기량을 보여주었다. 마리 역할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어린이 무용수들이 훌륭한 실력을 보여주어 새삼 정말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였다. 이 무대에 서기 위해 저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며, 또 무대에 서기 전 얼마나 떨렸을 것이고, 그 긴장을 무릅쓰고 이 많은 관객 앞에서 멋진 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더욱 대견하게 느껴졌다. 이 무대에 있는 아이들은 나중에 뭘 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당연히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는 요즘에는, 성장과 발전을 위해 고통과 고난을 버티고 극복해 내는 아이들의 수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옛날에는 웬만큼 아픈 걸로는 학교 결석은 꿈도 꾸지 못했고, 숙제는 싫어도 반드시 어떻게든 해가야 하는 것이었으며, 때때로는 어른에게 훈육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피곤하기만 해도 결석하고, 숙제는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고(그리고 부모님을 통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달라는 연락을 전한다), 훈육이 기분 나쁘면 오히려 역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때때로는 (부모님을 통해) 훈육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가 만연하다 보니 공부(를 비롯해서 무엇이든)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더 열심히 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더욱더 하지 않게 된다. 장차 10년 후, 20년 후의 미래를 생각하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길로 샜는데, 어쨌든 이번 공연은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 모든 무용수들의 훌륭한 기량이 빛났고, 무대는 어릴 때 꿈꾸던 동화 속 환상세계처럼 아름다웠으며, 오케스트라의 연주 또한 좋았다. 매년 12월이 되면 늘 나타나 어린 시절의 작고 소중한 감성을 다시금 불러일으켜주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내년에는 또 어떤 자그마한 변주를 공연에 넣을지도 기대되고, 내 마음에도 또 어떠한 새로운 감동을 불러 일으킬지 기대된다.



커튼콜 때 찍은 기완왕자, 현희마리.



커튼콜 때 찍은 기완왕자, 현희마리.



커튼콜 때 찍은 호두까기인형과 드롯셀마이어.



커튼콜 때 찍은 어린 마리와 그의 부모님.



커튼콜 때 찍은 인형 요정들.



Tchaikovsky - The Nutcracker, Ballet in two acts from the Mariinsky Theatre (Valery Gergiev(conduct), Vasily Vainonen(choreo))의 유튜브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라 바야데르> 이렇게 재밌는 걸 이제야 알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