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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 이렇게 재밌는 걸 이제야 알다니

국립발레단의 발레 <라 바야데르>

by Daria


믿고 보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박세은 발레리나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김기민 발레리노가 주연으로 특별 출연한다고 하여 평소보다 더욱 기대했던 공연이다. 예매가 무진장 치열했음은 물론이고 말이다.


<라 바야데르>는 고전 발레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인도라는 이국적인 배경 설정 덕분에 여느 고전 발레 작품들과는 색다르고 독특한 매력을 뿜어낸다. 첫 라바야데르 관람이었는데 이 작품이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억울할 정도로 정말 흥미롭고 훌륭한 공연이었다. 모던발레보다는 고전발레를 뚜렷이 선호하는 취향 때문인지 이국적인 향기를 폴폴 풍기는 라바야데르에는 상대적으로 호기심이 덜 일었던 것 같고, 그리하여 나의 첫 라바야데르 경험을 이제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훌륭한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무대를 통해 첫 라바야데르 감상이 이뤄진 덕에 이토록 감탄하며 푹 빠질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극 중 니키아(박세은)는 파워풀한 동작과 농도 짙은 연기를 보여주며 사랑하는 남자에게 실망하는 무희의 심리를 완벽하게 전달해 주었다. 한편 솔로르(김기민)는 엄청난 점프력과 더불어 그에 대비되는 깃털처럼 가벼운 착지, 역시나 짙은 농도의 연기, 동작의 쫀득한 강약 조절을 선보이며 '발레'를 보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 주었다. 감자티(조연재)는 그야말로 찬란한 공주님 그 자체였다. 조연재 발레리나를 좋아하는 나의 사심이 반영되어서인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극 중 니키아보다 감자티에게 더 마음이 갔다.


국립발레단답게 사소한 장면이나 군무조차도 수준 높은 실력을 보이며 라바야데르의 이야기 속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며, 특히 라바야데르의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히는 3막의 망령들의 춤 장면에서는 보는 내가 다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완벽한 군무를 펼쳤다. 그리고 이어진 솔로르의 전문 연극배우 못지않은 연기로 라바야데르는 막을 내렸고, 어찌나 감명 깊었던지 막이 내려간 후에도 한참 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을 정도였다.


생애 첫 라바야데르를 이토록 훌륭한 공연으로 경험하게 되어 정말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박세은 발레리나와 김기민 발레리노라는 세계적인 무용수 두 명의 조합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도 무척 감사할 따름이다. 국립발레단의 다음 라바야데르도 놓치지 말고 꼭 보러 가야지! 2026년쯤에 해 주려나?


+ 가장 기억에 남는 씬스틸러는 황금신상(김명규 A)이었다.





커튼콜 때 찍은 세은리나와 기민리노.


커튼콜 때 찍은 연재리나.


커튼콜 때 찍은 씬스틸러 명규리노.


커튼콜 때 찍은 사진들. 강수진 단장도 함께.



음악 : Ludwig Minkus

안무 : Yuri Grigorovich

무대 및 의상 : Luisa Spinatelli

조명 : Mikhail Sokolov

지휘 : James Tuggle

연주 :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Korean Symphony Orchestra)

단장 : 강수진

출연 : 국립발레단(Korean National Ballet), 박세은, 김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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