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감각은 타고나는 걸까?"
"이런 사람이 천재가 아니면 누가 천재인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일명 카라바조라 불리는 이 이탈리아 화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의 재능에 경탄이 절로 터져 나오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명 테네브리즘(Tenebrism) 기법이라고 하는 미술 양식을 대유행시킨 장본인 카라바조는 그야말로 명과 암,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둠을 영리하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그림을 보고 감탄해 마지않게 되는 것은 비단 그러한 기법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그림은 지나가던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고 한참 동안 쳐다보게 만드는 흡인력을 지니고 있는데, 동일한 테네브리즘 양식을 적용하여 다른 화가들이 그려낸 또다른 여러 우수한 작품들과는 분명하게 차별되는 특별한 마력이 있다. 그의 그림에는 '진짜' 이야기가 있고, 우리네 인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수많은 종교화를 남겼고, 종교화의 대가로 유명한 화가이지만 그의 그림에는 평생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멀고 아득하기만 한 신이 아니라 정말 존재하고 있고 인간들과 공명하며 '진짜' 가르침을 줄 것만 같은 신이 존재한다. 물론 나는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통해서 신앙심의 고취와 같은 경험을 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앞에 서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의 울림과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또한, 화가는 AI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그 그림 안에는 감정이든 무의식이든, 뭐가 됐든 화가 개인의 이야기가 반영될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이의 그림을 보면서 또 다른 의미로 재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카라바조는 그야말로 드라마와 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을 가만히 살펴보면, 처음에는 그 사실적인 묘사 자체에 감탄했다가, 그 후에는 카라바조가 캔버스 위에 휘두른 붓에 어떠한 심리와 상황이 동력으로 작용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러한 요소 역시 감상하는 나로 하여금 그의 그림 앞을 오래도록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카라바조는 캔버스 안에 각기 다른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것에도 능했다고 생각한다. 인물이 하나가 되었든, 둘이 되었든, 또는 열이 되었든 간에 그의 그림 속에선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의미 없어지고, 각 인물 하나하나가 각자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갖는다. 그리고 나는 '균형'과 '비례'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라 깊이 고민하지 않고 빚어낸 비율이 반영된 작품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는데, 카라바조는 그러한 면에서 굉장한 재능을 가진 화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그림을 보면 혼잣말로 "배치를 진짜 잘했네...."라고 하게 된다.
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가피하지만 화가로서의 카라바조는 '적어도 실력으로는 깔 수 없는' 사람이었다. 캔버스 위에 드러난 빛과 그림자의 대조는 어쩌면 그 캔버스 이면에 인간 카라바조의 빛과 그림자의 대조가 투영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당시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또 다른 전시 <불멸의 화가 반 고흐>로 인해 이 <빛의 거장 카라바조> 전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는데 나는 두 전시 중 오히려 카라바조 전시에 더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 해당 전시장에서 찍은 사진 몇 장을 첨부하며 카라바조 전(展) 글을 마친다.
*이 글은 전문성을 띤 지식ㆍ정보 전달 목적의 글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상과 생각을 기록하는 수필이므로 카라바조라는 화가에 대한 전문 정보는 아래 첨부하는 전시장 내의 사진을 통해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