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ria Oct 18. 2023

Starry Night

Lelio Luttazi | Souvenir d’Italie




쾌청하니 맑고 푸른 밤이다.

저녁을 먹고 난 후 한껏 부른 배를 꺼트릴 겸, 달빛을 받아 청초하게 빛나는 밤의 윤슬을 만끽할 겸, 새까맣고 고요한 밤의 한가운데서 듣는 음악에 취할 겸, 집 들어가기 전 근처 한강 공원에서 밤 산책을 했다.


얼마간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아예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 헤드폰을 썼다. 밤하늘 아래 일렁이는 강 물결이 너무 예뻐서 본격적으로 이를 감상하기 위함이었다.


밤의 무대에서 별빛과 달빛의 조명을 받아 일제히 춤추는 무용수들처럼 리드미컬하게 물결이 일렁인다. 그 물결을 홀로 멍하니 바라보며 음악을 듣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자정을 앞둔 시간, 공원 곳곳에 연인들 또는 가족들이 모여 앉아 서로의 시간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때마침 귓속에 흐르던 곡, Lelio Luttazi의 <Souvenir d’Italie> 때문이었을까.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마치 서로만 보인다는 듯, 이 공간에 자신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듯, 서로의 눈빛, 손길, 체온을 나누고 있는 연인들의 풍경이 퍽 귀엽고 낭만적으로 보였다. 자주 가는 한강 공원이 오늘 밤만큼은 평소와 좀 다르게 보였다. 


이곳에서 그간 얼마나 많은 사랑의 역사가 쓰이고, 또 지워졌을까.


나의 사랑의 역사는 어디에서 쓰이게 될까.

이 한강에는 나의 사랑의 역사를 위한 공간이 있을까.



자정을 앞둔 시각의 한강의 밤.



내가 좋아하고 자주 쓰는 유명한 짤인데, 이 밤은 웬일로 이 짤처럼 코를 막고 싶지 않은 밤이었다. 하하






Lelio Luttzai의 <Souvenir d'Italie> 유튜브 영상을 첨부한다. 별밤 아래라는 이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그림. 나 역시 이 그림을 굉장히 좋아하여 집에 복제화도 걸어놨을 정도이다.<Starry Night Over the Rhone> by Vincent Van Gogh


매거진의 이전글 행운아의 한강 산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