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에서 진행하는 Jean-Michel Basquiat (장 미셸 바스키아) 전시에 다녀왔다. 솔직히 말해서 바스키아의 작품 스타일은 전반적으로 아주 내 취향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스키아가 영리하고 훌륭한 미술가라는 사실에는 의심이 없기에, 개인적인 취향과 무관하게 예술 감상을 위하여 방문했다. (사실 DDP 건물도 내 취향이 아니다. 갈 때마다 너무 거대하고 복잡해서 진이 다 빠진다.)
이번 DDP에서 진행된 바스키아 전시는 해당 전시장의 규모를 적극 활용하여 무척 많은 수의 작품을, 다양한 주제로 구분하여, 바스키아의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었다. 바스키아의 작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 전시를 통해 그 세계를 충분히 깊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질 만큼 구성이 제법 알찼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큰 규모의 방대한 전시를 좋아하지 않는 성향을 지닌 인간이라 이 점이 그다지 달갑지는 않았다. 몸에 좋은 음식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체하는 법. 아무리 좋은 작품일지라도 한꺼번에 많이 접하면 피로만 가중될 뿐이다. 게다가 바스키아의 작품은 대체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파악이 중요한, 일명 신표현주의(Neo-Expressionism) 아방가르드 미술인만큼 일정 이상의 많은 작품은 정신적인 피로를 가속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훑어볼 수 있는 마냥 예쁘고 행복한 그림들이라면 몰라도 바스키아 작품은 그런 방식으로 감상할 만한 작품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스키아의 작품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영리했고, 기발했으며, 날카로웠고, 유머러스했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당시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그만의 개성 있는 방식으로 재치 있게, 하지만 분명하게 표현함으로써 작가와 감상자 사이에 촘촘한 공감대를 만들어 나간다. 그림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뤄지는 스탠딩 코미디 같다고나 할까. 개인의 취향과는 별개로, 그의 작품이 어째서 대중의 인기를 얻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의 작품 세계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전시이니 바스키아를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방문해 볼 만하다. 나 역시 꽤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너무 힘들었다. 당분간 DDP 근처에는 얼씬도 하고 싶지 않다.
*아래로는 전시 중 인상적인 작품들을 찍은 사진이 나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