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h Gad | When I Am Older
고심 끝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원장에게 이를 통보한 지도 어언 한 달 반이 지났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근무일을 향해 달려가는 11월 한 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바쁘고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오지 않을 것처럼 아득히 멀게 느껴지던 그 마지막 날이 진정 코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퇴사를 앞두고, 내가 담임을 맡아 왔던 아이들의 학부모들에게 퇴사 소식과 마무리 인사를 전하기 위해 한 분 한 분 전화를 돌렸다. 나이를 먹으며 여러 번의 퇴사 및 이별을 경험해 왔어도 이별은 언제나 슬프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별로 반가운 소식도 아닐 터이니 이를 전하고자 수화기를 드는 나의 마음은 무겁고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연락처 목록을 들고 전화기 앞에 앉았다.
걱정의 40%는 현실로 일어나지 않고,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며, 22%는 하지 않아도 될 사소한 걱정이고, 4%는 제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 나머지 4%는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일*이라고 하던가. (*심리학자 Ernie j. Zelinski가 한 말)
부담감을 한가득 안고 전화를 건 것이 무색하게 학부모들 모두 나의 퇴사에 대해 몹시 아쉬워하셨고, 나로 인해 자신의 자녀들이 어떠한 긍정적 변화를 겪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며 결국에는 서로 수화기를 놓지 못하고 뭉그적거리는 로맨틱한(?) 상황을 연출하기를 반복하였다. 아이가 선생님을 정말 좋아했고, 학원에 가기 싫어했던 아이가 선생님을 만난 후로 학원 가기 싫다는 말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 잘 챙겨주셨던 것 잘 알고 있다,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숙제도 하고 공부에 대한 의욕도 갖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들을 저마다 전해 주시는데 이를 듣다가 눈물이 나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내가 스스로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감지하는 것과, 제삼자의 눈과 입을 통해서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전해 듣는 것은 또 다르게 느껴지는 보람이다. 전자도 물론 매우 기쁘고 보람찬 일이지만 후자의 경우 순간적으로 가슴에 훅 끼치는 감동이 있기에 조금 더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은 나의 노력을 사실은 누군가가 알아봐 주었다는 생각에 뭉클하면서도 뿌듯하다. 아이를 교육하는 데 있어서 칭찬이 중요한 수단임은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새삼스레 칭찬의 효과를 실감하게 된다. 어른이지만 나도 사람이기에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고 더 잘 하고 싶어 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알아주기는커녕 등 뒤에서 힐난하거나 공격하지나 않으면 다행인데, 나 혼자 아등바등 노력하고 있다 보면 아무리 평정심을 유지하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속이 상하곤 한다. 그렇게 상한 속을 스스로 달래며 견뎌 온 지난 시간들에 대하여, 지금 이렇게 학부모들을 통해, 학부모들 덕분에 위로받고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도 미안하지만 이별 소식을 전했다. 이 예쁘고 착한 아이들에게 그간 정이 많이 들었는지 이별 소식을 전하는 내 맘이 참 불편하고 아쉬웠다. 저마다 아쉬워하는 개구쟁이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장난스럽게만 보여서 그 마음이 이 정도로 큰 줄 몰랐는데 마지막 날 아이들이 저마다 내게 안겨 준 작별 편지와 선물을 받곤 감동이 북받쳐 올라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어떤 아이들은 마냥 아쉽고 속상한 마음으로 편지지를 꽉 채웠고, 또 어떤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배웠고 어떠한 점이 감사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편지만으로도 이미 넘치도록 감동적인데 선생님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며 나름대로 이것저것 준비해 들고 온 아이들의 그 마음이 너무 예뻐서, 작별을 고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더욱 미안하고 슬펐다.
명색이 선생인데 그간 도리어 내가 아이들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사랑을 주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 사랑 앞에 솔직한 것. 사회생활과 다양한 인간 군상에 치여 내게는 해어지고 퇴색되어 버린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주워다가 정성스레 들여다보고 나름의 빛을 되찾게 하도록 아이들은 내게 일깨워 주었다. 참 고맙다 얘들아.
학부모들과 전화를 마칠 때마다 나는 항상 이 말로 끝맺었다.
“00이가 잘 자라서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요, 어머님.”
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 착하고 예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나서 멋진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아니, 반드시 그러리라 믿는다.
이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좋은 영향을 준, 좋은 어른이 되어주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하고 서투른 나를 좋아해 주고, 내 노력을 알아봐 줘서 참 고맙다, 얘들아. 고맙고 사랑해. 잘 자라서 멋진 어른이 되어라. 공부’만’ 하지 말고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해 보면서 진정으로 네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탐구해 나갔으면 좋겠다.
(*참고로 저는 이 학원을 떠날 뿐 동일한 일을 앞으로도 계속하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D)
(*사진은 제가 학생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직접 찍은 것이니 퍼가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도 여전히 초등학생 아이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겨울왕국>이다. <겨울왕국2>에서 ‘올라프’가 부르던 솔로 곡이 있는데 당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던 나는 이 노래에 특히 깊은 감명을 받았더랬다. 귀여운 눈사람 올라프가 익살맞게 부르는, 유쾌한 멜로디의 노래이지만 그 가사에 귀 기울여 보면 참 의미있는 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Do you wanna build a snowman?>이나 <Let It Go>를 압도적으로 좋아하겠지만 나는 조심스레 이 곡 <When I am older>을 추천해 본다.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미숙하고 불안한 어른이들에게, 또한 역시 그러한 나 자신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아래는 해당 노래의 원어 가사(출처:네이버) 및 직접 해석한 한국어 가사이다.
What was that?!
누구야?
Samantha?
사만다?
This will all make sense when I am older
내가 어른이 되면 다 알게 될 거야.
Someday I will see that this makes sense.
언젠가 다 이해할 수 있을 거야.
One day when I'm old and wise,
어느 날 내가 철이 들고 현명해져서
I'll think back and realize that these were all completely normal events!
지금을 되돌아보면 이 모든 것들이 별 일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 거야.
Aaaaagh!
으악!
I'll have all the answers when I'm older!
어른이 되면 모든 답을 알게 될 거야.
Like why we're in this dark, enchanted wood
우리가 왜 이 마법의 숲에 왔는지 같은 것들 말이지.
I know in a couple years
난 알아. 몇 년 후엔
These will seem like childish fears,
이것들이 애들 장난처럼 보일 거란 걸,
And so I know
그리고 난 알지
This isn't bad,
이건 별 일 아니고,
It's good!
괜찮다는 걸!
Excuse me.
실례합니다.
Growing up means adapting
어른이 된다는 건 적응해 간다는 것
Puzzling out your world and your place!
너를 둘러싼 세상을 알아가는 것
When I'm more mature
내가 더 성숙해지면
I'll feel totally secure
하나도 걱정 없을 거야
Being watched by something with a creepy, creepy face.
무언가가 나를 오싹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더라도 말이야.
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AH!!!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See, that will all make sense when I am older
자, 내가 어른이 되면 다 알게 될 거라니까.
So, there's no need to be terrified or tense.
그러니 겁먹거나 긴장할 필요 없어.
I'll just dream about a time
난 그저 꿈꿀 거야.
When I'm in my agéd prime
짱 멋진 시기의 나를
'Cause when you're older,
네가 어른이 되면
Absolutely everything makes sense!
모든 것들이 다 이해될 거라고!
This is fine.
괜찮아.
Josh Gad가 부르는 <When I Am Older> (겨울왕국2 中) 유튜브 영상을 첨부한다.♪
동일 노래의 한국어 자막 첨부 버전 유튜브 영상도 첨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