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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Dec 13. 2023

[1] 저 런던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 건가요…?

런던여행기



런던으로 가기 위한 나의 비행 일정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나는 이번 런던 여행을 통해 난생처음으로 경유 비행을 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경유 비행이 체력적으로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으며, 또한 경유 시에 연결 공항이 같은 도시 내에서도 반드시 같은 공항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나는 ‘김포 - 상하이 - 런던’ 노선을 이용했는데 문제는 상하이에만 공항이 두 개가 있으며, 이 두 공항의 거리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간의 거리만큼이나 멀었고, 나는 비행기만 바꿔 타는 것이 아니라 공항까지 바꿔 타야 하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항공권 예매 당시엔 꿈에도 몰랐다. 내가 좀 더 철저하게 확인했어야 하는 건데…. 바쁜 와중에 틈틈이 여행을 준비하다 보니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엄마는 내게 다른 비행 편으로 다시 예매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설득했지만 나는 대행사를 통해 구매한 티켓이라 혹시라도 환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어떻게든 무사히 잘 타 보겠다며 엄마를 안심시켰다.


나의 환승 시간은 대략 4시간 30분… 두 공항 간 이동 시간 및 악명 높은 중국 공항의 출입국 절차 소요 시간을 고려했을 때 김포공항에서 출발이 지연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되는 상황이었다.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도 혹시나 출발 지연되지는 않을까 어찌나 걱정했던지 그 쯤 해서는 자주 밤마다 비행기를 놓치는 꿈을 꾸곤 했다.


상하이 내에서 다음 공항으로 이동하는 택시를 타기 위해 예상 택시비만큼 위안화 환전도 마쳤고, 엄마로부터 택시 기사에게 나의 긴급함을 어필할 수 있는 중국어 표현도 배워 두었다.(참고로 우리 엄마의 대학 전공 과목은 중국어이다.) 위탁수화물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최소의 짐만 꾸려 배낭에 모두 욱여넣었다. 모든 준비는 완료되었다. 이제 실전이다.


다행히 밤 비행 편이어서 김포발 비행기는 지연 없이 순조롭게 이륙하였고, 제시간에 상하이에 착륙하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나의 진짜 게임은 시작되었다. 재빠르게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고 게이트를 빠져나와 택시 탑승장으로 뛰어갔다. 시간을 보니 굳이 택시를 타지 않고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될 것 같았는데 문제는 셔틀버스를 타는 곳이 어딘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으며 공항 내 직원들은 영어를 전혀 하지 못 했다. 분명 인터넷으로 미리 셔틀버스 탑승장 경로를 예습해 갔는데 내가 서있는 이곳은 친절한 블로거들의 게시물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곳이었다. 유니폼을 입은 주변 직원들에게 아는 중국어를 모두 동원하여 내가 셔틀버스 탑승장을 찾고 있음을 알렸으나 그들은 중국어로 속사포 랩을 내뱉듯 대답하였고 절망적이게도 나는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공항 와이파이는 있으나 마나 한 형편없는 존재여서 번역기 앱조차 사용할 수 없었다.


셔틀버스를 포기하고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택시를 타고자 하였지만 모든 것이 온라인화 되어있는 중국에서 나 같은 외국인이 지나가는 택시를, 그것도 정신없는 공항에서 잡아탈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대부분의 중국 현지인들은 디디 앱(우리나라의 카카오택시와 비슷하다)을 이용하여 택시를 부르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중국에서의 유심을 구매하지 않으면 형편없는 공항 와이파이(감히 와이파이란 이름도 사치다) 따위론 디디 앱 접속도 불가능했다.


빨리 다음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나의 속은 새까맣게 타 들어갔다.

과연 나는 무사히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밤 비행 편이라 그런지 한산한 김포공항의 모습이다.



고3 때 책가방으로 쓰던 큰 배낭 안에 모든 여행짐을 다 욱여넣었다. 어깨 부서지는 줄 알았다. 너무 무거워서 후회했다.



기내 엔터테인먼트가 그다지 잘 갖춰져있지 않았다. 김포에서 상하이로 날아가는 동안 루빈스타인의 쇼팽 음반을 들었다. 음질이 매우 안 좋아서 내가 뭘 듣는 건지 분간이 잘 안 됐다.



비행시간이 얼마 안 되는 김포~상하이 단거리 구간이라 간단한 스낵이 제공됐다. 맨 오른쪽 디저트를 제외하곤 나름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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