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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Sep 15. 2023

7 A.M. in September

J. S. Bach | Cantata BWV 147



여느 때처럼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기상하였는데, 동트고 난 후 얼마 안 되었는지 내가 기억하고 있던 여름 이 시간의 색감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요 근래 계속 암막 블라인드를 치고 자다가 오늘은 블라인드를 치지 않고 잤더니 내가 모르는 새 아침의 빛깔이 여름에서 가을의 빛으로 변하였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전에는 아침 이 시간에 일어나면 하늘은 새파랗고, 풀과 나무들은 짙은 초록색으로 선명했으며, 창 밖의 가옥들은 고유의 벽돌색과 지붕색을 찬란하게 뽐내고, 밖 풍경은 그야말로 활기차고 밝았다. 창문을 닫아 두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그저 투명한 유리 너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와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본 아침은 그와 조금 달랐다. 그 전의 풍경이 마치 유화 작품 같았다면 오늘은 수채화 작품 같았다. 하늘은 엷은 하늘색으로 살며시 물들어 있었고, 풀과 나무들은 아침 햇빛을 받아 풋사과 혹은 셀러리를 연상시키는 연녹색을 띠고 있었으며, 창 밖의 가옥들은 쏟아지는 아침의 광 아래 희끄무레한 모습을 한 채 서 있었다. 그저 닫힌 창문의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침햇살의 포근한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새 지저귐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물론 실제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냄새라곤 디퓨저 냄새밖에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사뭇 다른 아침의 풍경을 마주하고 나니 현재 9월의 한가운데임을, 가을이 분명하게 다가왔음을 비로소 절감할 수 있었다. 나는 여름도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계절 중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 만큼, 가을이 조금씩 다가오더니 이제는 살갗에 느껴지기까지 하는 시점이 된 이 순간이 너무나 좋다. 설렌다.


내가 사랑하는 가을, 너를 또다시 만나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널 맞이하려고 목욕재계하고 새 옷도 여러 벌 마련해 두었단다.^^ (쇼핑 좀 했다)





일반적으로 가을은 풍요와 안락을 상징하는 계절로 여겨진다. 하늘은 드높고 햇살은 따사로우며 날씨는 아주 덥지도, 아주 춥지도 않은 가운데에, 봄과 여름을 지나 비로소 결실을 맺은 열매와 곡식을 수확하는 기쁨을 누리는 계절. 그야말로 '풍요로움'과 '안락함'으로 가득한 시기이다.

풍요, 안락, 기쁨, 평화, 태양, 보물(수확),....

가을에 관한 이 모든 키워드를 생각하였을 때, 사실 굳이 생각이라는 것까지 하지 않더라도 따사로운 가을 햇살 아래 영글어가는 세상의 풍경을 바라볼 때, 직관적으로 바로 떠오르는 곡이 있으니 그것은 바흐의 칸타타 BWV.147 중 제 여섯번째와 열번째 코랄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이다.

미리 말하자면 나는 비종교인으로, 종교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다. 그러나 바흐의 이 칸타타, 특히 이 곡은 피아노 연주 버전으로도 편곡되어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나 역시 이 곡의 피아노 연주 버전을 매우 좋아한다.

평화롭고 따사로운 이 가을 아침에 바흐의 <Jesu, Joy of Man’s Desiring>가 생각나 틀어본다. 





Daniil Trifonov가 연주한 Bach의 Cantata BWV 147 : Jesu, Joy of Man’s Desiring (Transcr. Hess for Piano) 유튜브 영상을 첨부한다.♪


오늘 아침을 보고 문득 떠오른 작품. <Seven A.M.> by Edward Hopper




- 23.09.14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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