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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Mar 31. 2024

진정한 정의에 대한 고찰. 뮤지컬 <마리앙투아네트>




다들 워낙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인 걸까. 다수의 사람들이 어떠한 일에 대해 충분히 고찰해 보는 시간을 갖기를 꺼려하고, 누군가가 보여주는 대로 들려주는 대로 쑥쑥 흡수하며 종국에는 이것들이 마치 합리적인 제 의견인 것처럼 자신도 한 마디씩 거들어보고 싶어 한다.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이러한 모습은 옛날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여전히, 늘 지속되어오고 있다. 통신수단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일반적인 지식수준은 이전보다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쉽게 선동되고 있다. 문명의 여러 발전들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는 것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얼마 전 뮤지컬을 한 편 보았는데, 일명 가짜뉴스의 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는 옛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소재로 한 내용의 작품이었다. 나는 작금의 이슈를 보며 200여 년 전과 지금 사이 변한 것이 없는 사회 모습에 새삼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뮤지컬 <마리앙투아네트>는 단순히 오락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내용이라기보다는 그 안에 여러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제목은 <마리 앙투아네트>이지만 사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입장만을 조명하는 내용이 아니라 당시 프랑스의 왕이었던 루이 16세, 권력과 부를 탐하는 귀족, 사교계 관련 인사, 빈곤으로 고통받는 서민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두루두루 조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뮤지컬은 결코 마리 앙투아네트를 옹호하는 작품이 아니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적인 각색을 더하여 사회 문제에 대해, 그리고 인간성의 명과 암에 대해 생각해 볼거리를 넌지시 던져준다. 관람 후에도 계속해서 뮤지컬 내용을 곱씹어보도록 하니 여운이 더욱 오래가는 느낌이 들었고 결과적으로 인상 깊은 뮤지컬로 남게 되었다.


내가 관람한 회차의 경우, 마리 앙투아네트 역에 이지혜 배우, 마그리드 아르노 역에 윤공주 배우, 악셀 폰 페르젠 백작 역에 이해준 배우, 오를레앙 공작 역에 박민상 배우, 루이 16세 역에 이한밀 배우 (, 이하 생략..)가 무대에 올랐는데 모두들 수준급의 노래 실력과 연기력을 발휘하여 관객으로서 극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특히 이 극의 주연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리(이지혜)와 마그리드(윤공주)는 어찌나 연기를 잘하던지 나의 눈물을 쏙쏙 빼놓는 통에 챙겨간 손수건이 흠뻑 젖었을 정도다. 대본이 아무리 좋아도 배우가 이를 훌륭히 소화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 내가 관람한 날에는 운이 좋게도 모두들 탁월한 실력을 지닌 배우들이 열연을 펼쳐 극히 만족스러운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좋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좋은 작품을 관람하여서 참 뜻깊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속도가 조금 더뎌도 괜찮으니 세상이 부디 정의롭고 긍정적인 방향을 향해 꾸준히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고, 그렇게 나아가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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