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랑랑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다녀왔다. 랑랑의 연주는 줄곧 음반으로만 들었지 실연은 처음이었다. 화려한 테크닉과 남다른 개성으로 독특한 연주를 선보이는 랑랑. 그러한 랑랑의 개성과 만났을 때 오히려 반짝반짝 더 빛이 나는 곡이 있는가 하면, 되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곡도 있다. 곡마다 감상의 편차가 커서인지 상대적으로 랑랑의 음반은 잘 찾아 듣지 않는 편이었으나 이번 기회에 실연으로 한번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강한 호기심이 일어 공연장을 찾았다.
으레 알고 있던 이미지 그대로 똘망똘망 활기찬 인상의 그가 무대로 걸어 나왔고, 그는 1부에서 가브리엘 포레(G. Faure)의 파반느(Pavane)와 슈만(Schumann)의 크라이슬레리아나(Kreisleriana)를, 2부에서는 쇼팽(Chopin)의 12 마주르카(Mazurkas)와 폴로네즈(Polonaise) Op.44을 연주했다. 현장에서의 그의 첫 실연을 감상하고 받은 인상 두 가지는,
그의 연주 실력은 매우 탁월하여 감상자로 하여금 눈과 귀를 단단히 사로잡는 힘을 가졌다. (지금은 과거에 비하여 많이 덜어냈다고 하지만) 다소 과장된 듯 보이는 몸동작들도 감상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한몫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의 개성과 해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탓(?)에 듣는 내내 당혹스러움이 함께 따랐고, 그 현란한 동작들은 왜인지 내게 피로를 느끼도록 했다. 하필이면 내가 슈만과 쇼팽을 특히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연주가 더 당황스럽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의 연주 실력에는 진심으로 매우 감탄해 마지않았으나 지극히 개인의 취향의 영역일 뿐인 주관적 기호 측면에서는 굳이 또다시 그의 무대를 찾아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살면서 취향도 변하고 심경도 변하는 법이니 언젠가는 또 그의 연주를 찬미하며 따를지 모를 일이지만 현재로써는 한 번 들어봤으니 그것으로 족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쨌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의 연주 실력은 정말 뛰어나다. 예술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영역이니까…이는 그저 한 사람의 취향일 뿐임을 이해해 주기 바라며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