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
설에 느낀 웃지 못할 동지애
같은 종족인가요
비교해서는 안되고 비교당하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남을 의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격지심' 이라거나, '열등감'이라는 단어도 생겨났겠지.
나는 쿨한 척을 꽤나 잘한다.
일이 잘 안 돼도, 시험에 떨어져도, 친구와 멀어져도 속마음은 부글부글 끓지언정 남들 앞에선 신경 안 쓰는 척을 매우 잘한다.
어쩌면 그게 나의 처세술일지도.
얼마 전 구정 때 아주 오랜만에 큰집에 갔다.
원래 왕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코로나도 겹치는 바람에 3년 만에 방문이었다.
나에겐 사촌언니가 한 명 있다.
나와 같이 외동이고 나보다 더 내향적인 언니.
결혼 생각은 없고 키우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캥거루족.
나이 차이가 8살이나 나다 보니 어릴 때부터 우린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그나마 내가 20대 후반에 들어서고부터 직장이나 이런저런 얘기를 구정날 하루 나누는 정도였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전보다는 대화가 좀 더 많아졌다는 점?
하지만 우린 언제부터인지 사는 게 비슷해지고 서로의 입장을 공감한다.
둘 다 결혼 생각은 없고 직업은 있어도 크게 돈을 버는 느낌은 아닌, 평범한 일상에 순응하고.
반려동물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극 내향적 인간.
어른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한결같다는 점.
결혼은 언제 하냐라는 맹공에도 쿨한 척을 유지하는 자존감까지.
비록 하루짜리 동지애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종족? 이 있다는 안도감은 그것도 피 섞인 가족이라는 건 이상한 안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적들이 판치고 수없이 비교당하며 사는 이 세상 속에서.
평소에 연락은 일절 안 해도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자매님이 계신다니.
이것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드는 유쾌한 명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