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아니, 나 때는 어른이 말하면 애들은 눈도 못 마주쳤어!
어디서 눈을 치켜뜨고 쳐다봐.
내가 누군지 알아!
야, 너 몇 살이야!"
지하철에서는 소리 큰 놈이 무조건 이긴다. 사수 말에 꼬박꼬박 말대꾸하는 후배놈들을 생각하니 울화가 치민다. 비싼 술까지 사줬는데 지들끼리 쑥덕인다 이거지.
지하철에 앉아서 자고 있는 척하는 놈, 스마트폰 보며 킥킥대는 놈.
흔들리는 손잡이를 잡고 몸을 좌우앞뒤로 흔들어댄다.
다들 내 눈 피하며 고개 숙이고 있겠지.
"짝!"
내 앞에 앉아있던 여자애가 일어서서 뺨을 때린다. 이게 미쳤나 어이없어하는데 연이어 손바닥이 날아온다.
"이게!"
순간 분위기가 이상하다. 나랑 눈도 못 마주쳐야 하는 승객들이 나 내 눈을 쳐다본다. 스마트폰을 보며 킥킥 대던 남자가 내 쪽으로 뛰어와 몸에 부딪힌다. 뒤에 서있던 승객 둘이 다가와 한 명은 내 가방을 낚아채고, 한 명은 뒤에서 날 끌어안는다. 다들 날 무서워했는데, 얘네들은 뭐야?
다른 칸에서 온 만취한 사람들이 줄이어 들어온다. 하나, 둘, 셋....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날 빙둘러싼다. 평상시와 다른 반응이라, 다리에 힘이 풀린다. 강한 손이 내 뒷덜미를 잡고 주저앉은 나를 강제로 일으켜 세운다.
"잘 듣고 있어? 대답 늦을 때마다 손바닥 날아간다."
"나도야!'
"내 생각이 맞아 안 맞아?"
"어디 시건방지게 앉아서 나를 올려다봐!"
만취한 스무 명이 동시에 자기 이야기를 한다.
'게임만 하는 중2 아들, 아침부터 바가지 긁는 아내, 사사건건 시빗거리 직장 동료, 악성 민원인, 쿵쿵대는 윗집...'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너도 나 무시하냐.' 대답하라고 눈을 부라린다.
술이 깬다. 대꾸할 말이 없어 멍하니 서있었더니 온갖 욕설이 귓구멍을 때린다. 취객들은 주먹을 쥐고 나를 빙 둘러싼 채 점점 다가온다.
"이번 역은 취객난입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인간 방패막을 몸으로 뚫고 출입문을 향해 죽기 살기로 뛰어간다. 그러나,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