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 혼내주는 건 좋은데, 네가 세상을 너무 나쁘게 볼까 걱정이야."
"걱정 마셔. 언니가 내 브레이크잖아."
어이없어하는 언니를 바라보며, 생선가스를 입에 넣고 눈을 찡긋 웃어 보였다.
"은서씨, 점심 먹고 있네. 이따가 업무시간에 팀장님이 나 찾거든 잠깐 자리 비웠다고 말해줘. 그리고 나한테 바로 톡 보내줘, 알겠지?"
"네... 그런데요, 대리님."
"은서 씨가 잘 둘러대줘, 믿는다. 그럼, 점심 맛있게 먹어."
여자가 휙 사라지자, 등 뒤에서 젊은 사원들이 속닥인다.
"아니, 김대리님은 업무시간에 대체 어딜 가는 거야?"
"몰라, 완전 월급 루팡이야. 맨날 자리 비워."
"옆부서 회계팀 동기가 그러는데, 맨날 그 팀 탕비실에서 커피 마시며 친목도모하고 있대."
"내가 듣기론 화장실에서 주식하고 있다는데."
"몰라. 그리고 개인업무는 점심시간에 보면 되지, 꼭 업무시간에 처리하려고 한다니까. 나한테 잡일 다 시키고 자긴 보고서에 사인하고 끝이야. 김대리님이 팀장님한테 보고하니까, 뭐 팀장님은 김대리가 열심히 일하는 줄 알걸."
"에휴, 네가 고생이 많다. 김대리님에 비하면 우리 사수는 천사지."
"농담이 나오냐, 나 심각해. 밥 다 먹었으면 커피나 수혈하러 가자"
젊은 사원들 이야기를 들으니, 회사도 학교와 마찬가지로 이상한 애들이 있는 거 같다. 언니에게 회사 생활 어떠냐고 물어봤을 때, 언니는 '회사가 회사지,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감정기복 없고 기본 값이 긍정긍정인 사람에게 대충 물어본 내가 잘못했다.
"언니, 김대리 같은 사람은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너, 혹시?"
미간을 찌푸리는 언니를 향해 악당처럼 방긋 소리죽여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