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후감을 쓰려고 꺼낸 책은, 이다혜 작가님의 <여행의 말들>이다. 참 즐겁고 뜻깊게 읽었고, 문장들에 연필로 밑줄도 그으면서 기억하려고 애썼었던 책이다.
나는 평범한 일상도 여행도 무척 좋아한다. 일상에선 따뜻하고 편안한 집, 내 방이 있고, 강아지 토토가 있고, 금요일마다 화실에 가서 그림을 그리는 게 좋고,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번 혹은 한달에 한번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특산물을 먹는다던가, 바닷가를 걷는다던가 하는 낭만적인 경험도 할 수 있어 좋다. 내 생각에 계절마다 한번, 혹은 일년에 두 번 정도 여행을 가는 주기가 내게 어울리는 것 같다. 일상에도 충실하고 싶고 여행의 낭만도 체험하고 싶어서.
올해 여름엔 오랜 베프들과 속초에 다녀왔고, 새해 초인 겨울에는 화실 메이트분들과 경주에 다녀오고 싶어 계획을 짜는 중이다. 경주라니! 천년의 문화와 역사가 있고 아기자기한 카페들과 소박하고 정갈한 한식 레스토랑이 즐비한, 아름다운 도시일 것 같아 가슴이 설레고 기다려지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힘이 마음의 여유에 있다는 상투적인 말은 진실이다.” (53p)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어 떠난다. 그리고 이런 여행엔 현실적으로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작가생활 외에도 생활비와 저축할 돈을 벌기 위해 여러 가지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에 원서를 쓰고 있는데, 잘 됬으면 좋겠다. 여행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일상을 잘 영위할 수 있는 현실에서 온다. 아름다운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일상을 더 잘 살고 싶다.
여행의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지금 내 나이는 서른 일곱이고, 내년에는 서른 여덟인데, 꼭 나이먹어서라기보다, 내가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해온 것 같은데, 아무튼 자연과 가깝고 편안하고 조용한 여행을 하고 싶다. 경주에 가면.. 월정교도 보고싶고 핑크뮬리도 보고싶은데, 무엇보다 한적하고 호젓했으면 싶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마다 주력하는 관람 포인트가 있는데, 나는 정원과 종교시설 그리고 오래된 건물을 좋아한다. 외국에 나갈 때마다 정원을 허겁지겁 구경하다 처음 소쇄원에 방문했을 때 느낀 경이감을 잊을 수 없다. 내가 원하던 정원의 모든 것이 소쇄원에 있었다. 소쇄원은 그저 자연의 일부처럼 보였다. 자연물처럼. 벽오동과 목백일홍, 매화와 복사나무 그리고 단풍나무가 모두 소쇄원이었다.” (81p)
“아늑한 숙소에서 뜨거운 차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면 눈이 펑펑 내린다.” (103p)
나도 여행을 떠나서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이런 문장,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사람의 생각을 깊게 해주는 것은 어떤 종류의 경험일지 생각해보는 요즈음이다.
오늘은 무척 보람있는 하루였는데, 왜냐면 내가 수업을 나가는 아동센터의 학생들의 뮤지컬 공연에 초대되어 축하하러 참석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잠시 스치듯이 했는데, 글은 삶을 담고, 삶에 글이 담기길 바라는 생각이었다. 즐거운 뮤지컬을 보느라 생각이 잠깐 끊겼다가 지금 다시 이어본다. 요즘 내 마음의 주제은 ‘표현’과 ‘나눔’이다. 그런데, ‘나눔’은 글로서도 할 수 있지만 행동으로서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글과 행동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책읽기에서 오는 앎도 소중하다. 단지 내가 오늘 느낀 바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으로서 내가 내 글을 살고 삶이 예술만큼 아름답다면 좋겠다.
경주에 갖고 갈 책도 생각해봐야겠다. 좋은 작가들, 훌륭한 독서가들, 혹은 귀여운 사람들은 여행 할 때 읽을 책을 갖고 간다는게 정설인 듯 하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따라하고 닮아가야지. :-)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