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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Oct 18. 2023

일상으로의 초대

https://www.youtube.com/watch?v=QTkLBhd-hQ8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나는 문주랑 예린이라는 여자아이들과 친했다. 셋이서 삼총사였다. 자전거를 타고 놀러다녔고 예린이는 이온음료수를 좋아했고 나는 탄산음료를 좋아했다. 신체적으로 2차 성징이 시작되는 나이였었고, 다들 아이들이었지만 이성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때 같은 반에 박영수라는 남자애가 있었는데 "지적이고 록음반을 좋아하는 남자 청소년으로 성장할 기미가 보이는" 유형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어렴풋이 그 기운을 느꼈던 것 같다. 걔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는데 제비뽑기로 짝궁이 되서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중학생이 되고 나서 걔가 록그룹 N.E.X.T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오늘 나는 신해철의 노래를 반복 재생하면서 듣고 있는데 너무 좋다. 너무 너무 좋다. 외롭고 눈물이 나지만 좋다.

 예린이는 나보다 키가 훤칠했고 예쁘게 생긴 얼굴의 소유자였다. 예린이는 내가 좋아했던 쿨하고 성격이 서글서글했던 한상우랑 밤에 공원을 걷는 데이트를 했다, 무려 6학년 때. 빠르기도 하지 우린 한국인 꼬맹이들이었던 걸 생각하면.

 나는 문주 어머님께 성경을 배웠다. 성경공부가 끝나면 파르페를 얻어 먹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삼총사가 흩어졌다. 중학교 1학년때는 유범이란 애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전학을 왔다. 걔는 날 좋아했는데 나는 부끄러워서 걔를 무시했다. 지나라는 애도 기억난다. 나보다 훨씬 똑똑했고 x-y.net이란 도메인의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대원외고를 갔다. 중학교 2학년땐 심각한 따돌림을 겪었다. 여자애들이 나를 왜 싫어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왕따를 주동한 여자애들 중 한명이 내가 몸이 안좋아서 학교를 이삼일 쉬었을 때, 임신해서 학교를 빠졌다는 소문을 냈다. 청소를 할 때는 내 손에 유리로 상처를 내기도 했다. 내 친구들은 쉬쉬하면서 내 옆에 있었다.

 아무튼 이걸 왜 쓰냐면, 유년기 시절의 기억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십대 초중반에 내가 우정으로 힘들었던 걸 생각하면, 나의 무엇을 보듬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싶어서다.

 조금 점프해서 신해철 노래로 돌아가서...

 노래가 너무 좋다. 어떻게 이런 노래를 만들었지. 가사도 너무 좋다.


"요즘엔 뭔가 텅 빈거 같아 지금의 난 누군가 필요한 것 같아

 문득 자꾸만 네가 생각나

 내게로 와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새로울거야

 난 내가 말할 때 귀기울이는 너의 표정이 좋아

 네가 날 볼때마다 난 내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져

 네가 날 믿는 동안엔 어떤일도 해낼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내게로 와줘"


 내가 지난해부터 누군가의 최애였다는 걸 깨닫고 나니 기분이 이상하다. 진작에 알았다면 오래 고독하지 않았겠지 싶어 허탈하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행복해야 하는 건가 갸우뚱 하고. 아무튼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면 오늘은 이 노래를 건네주고 싶다. 스무살때 첫사랑이 들려준 다펑의 "Something about us"만큼 명곡이다. 남자애들은 주로 여자애들을 음악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건 남자아이들의 신기한 점이다. 남자애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들을 전달받는 평범한 여자애였던 나는 어떤 시절에는 괴짜로 비춰지기도 했어서 그런 남자애들을 조금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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