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다. 레스토랑일을 끝내고, 까페에서 글을 읽다 왔다. 좋은 글들을 읽으면 나도 좋은 글이 써보고 싶어진다. 나는 웨이트리스이자, 도서관 아르바이트생이고 - 또 초보 칼럼니스트이다. 나는 글쓰는 일이 좋다. 가끔 어떤 직업이 내 정체성인지 궁금하다. 제일 애착이 가는 일? 혹은 제일 시간을 많이 들이는 일? 꼭 직업에서 정체성을 얻지 않아도 되지만은, 나는 내 일들을 좋아한다. 사실 육체노동은 단순명료하고 내 적성에 꼭 맞지만,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만은 않다. 우리 아빠만 해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너무 서러워하신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일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특히 웨이트리스 일은 내가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마음이 너무 뜨거워 산뜻하고 담백한 태도를 갖추기 위해 무진장 노력한다. 물론 하루종일 서 있어서 발바닥이 무척 아픈 날이 많지만. 이렇게 내 일을 좋아하게 되서 기쁘다. 그리고 내 일을 좋아하는 마음을 그대로 비추고 있는 책 세권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들을 읽으며 나는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는 만화책, <저 청소일 하는데요?> 이 바로 그 첫번째 주인공이다. 경쾌한 초록색 커버에 그려진 귀여운 여자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작가인 김예지(코피루왁)님이다. 작가님은 스물일곱살에 처음으로 청소일을 시작하며 동시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일을 하기 시작하셨다. 청소일로 생계를 이어가며, 그림을 그리는 이야기다. 나는 이 책을 웨이트리스 일을 하기 전에 보았는데, 다시 이 책을 펼치니 감개무량하다. 나는 서빙일을 하는 지금도 세상의 편견에 부닥치면 가끔 쫄아버린다.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모이기로 했는데 내 직업을 재단할까봐 미리 겁을 먹었다. 나는 내 일을 좋아하면서도, 그렇게 쫄보가 되는 것이다. 이 만화책의 작가님의 마음도 가시밭길을 걸었다. 일을 하다가 눈물을 뚝뚝 흘려본 공통된 경험이 내 마음을 쳤다. 또 책에서 청소일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한 기분이 드는 것을 묘사하는 데서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나는 웨이트리스 일을 좋아하는데, 이것만으로는 뭔가 갈증이 났다. 몸은 피곤하지만 무언가 해소되지 않은 기분. 돈으로는 충족이 안되는 나 자신의 가치를 찾는 일 말이다. 그건 예지작가님에겐 그림이었고, 내게는 글쓰기였나보다.
두번째로 소개할 책은 회사원 겸 작가 곽재식 소설가의 에세이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이다. 후루룩 읽어버렸는데, 자세한 줄거리보다 어떤 한 뭉떵이의 인상으로 남아 있다. 작가님의 직업을 보면 알수 있듯이 곽재식 소설가는 회사를 다니며 글을 쓴다. 생계를 유지하는 한 방편이 있으면서도, 글쓰기를 병행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작가로 살면서 소설이 처음 팔린 순간이나, 작가로서의 생존기, 소설가를 응원해준 팬에 대한 에피소드, 그리고 예비 작가들에게 소설가가 쓴 말들등 작가 지망생들이 읽으면 좋을 글들이 소소하게 담겨져 있다. 나는 작가의 생활 면면을 보며 즐겁게 읽어나간 것 같다. 작가로 살아남은 자가 내게 "건투를 빈다" 하고 한마디 건네주는 듯한 기분이 - 행운을 빌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가 아니더라도, 생계 외에 일로 자신의 가치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웨이트리스 이고 도서관 아르바이트이자, 칼럼 작가이다. 운 좋게 잡지에 내 첫칼럼이 실리는 행운을 잡았다. 아직은 초짜라 많이 미숙하다. 많이 읽어보고, 많이 써보고 싶다. 생계를 위한 일은 일로서 행복하고 감사하며, 글쓰기는 즐거운 요즘이다. 올해 가을까지 레스토랑과 도서관에서 일하기로 계약했으니까, 열심히 해야지.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읽고쓰는 인생을 올해 단단하게 해보고 싶다. 혹시 아나... 나도 내 책을 출판해서,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지. 책이란건, 출판물이란건 신기하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공감과 응원, 그리고 위로가 생겨나 마치 체온이 전해지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만화책 <엄마, 오늘부터 일하러 갑니다!> 라는 만화책이다. 너무 좋아서 끅끅 대며 읽은 만화책. 저자 선생님은 15년만에 재취업을 하려는 주부이셨다. 사무직에 도전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닫고 괴로워 하다가 결국 다시 구직시장에 뛰어든다. 그렇게 다시 찾은 일은 바로 료칸 청소일. 사수에게 혼이 나도 왜 혼나는지 이해할 수 있어 행복했다는 저자 선생님의 묘사에서 나는 눈물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동감할 수 밖에 없었다. 본인이 좋아하면서도 잘 할수 있는 일은 따로 있는 거다. 그리고 몸을 쓰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유의 공감대를 느꼈다. 부지런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같다. 나도 가끔은 C언어를 할 수 있는 판교직장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역시 나는 웨이트리스 일이 좋다. 아빠는 나를 이해 못하시지만, 나는 몸을 움직여 노동하는 것에, 적은 돈이지만 집밖에서 움직인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낀다. 모든 직업은 귀하다. 웨이트리스 일은 내 천직일 지도 모른다. 이 만화가 선생님이 재취업 에세이를 그리신 것처럼, 나도 칼럼으로 웨이트리스 일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마음가는 일'. 그리고 '일이 나를 위로해준다' 라는 데서 나는 너무나 큰 공감을 했다. 마음이 가는 일을 하는 것은 내 영혼에 얼마나 큰 안식을 주는 지 모른다. 나는 단순명료한 일을 하며 없던 생채기가 기워지는 기분이 든다. 일련의 루틴에 따라 리듬감있는 동작을 취하며, 나는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웨이트리스로서 서빙을 할때 그런 생동감이 제일 크다. 도서관 아르바이트로 책을 정리하는 일보다, 나는 웨이트리스일이 천직인가봐. 세상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며 살아간다. 일은 나를 먹여 살려주고, 내가 가치 있는 인간인 것 같은 자존감을 불어 넣어준다. 아침에 눈을뜨면 어디론가 갈 데가 있다는 것이 행복해. 나도 만화가 선생님처럼, 오래오래 일해서 일하는 아기엄마, 손주에게 용돈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일을 해서 행복합니다. 오늘도 일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