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by blue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 알고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아졌을때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울분이 차거나 후회와 얕은 절망에 빠지거나 기타 등등), 그런 부정적인 감정에서 응급조치로 효과적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하루하루 즐겁고 기분 좋은 날을 보내는 데에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런 것과 상관없이, 막연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적어보고 싶어졌다.

샤워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파트는 바디워시이다. 바디워시 제품에 높은 안목을 가진 것은 아니라 마트에서 산 바디워시를 사용한다. 하지만 코코넛향기가 은은하게 코를 덮치고, 거품이 내 몸을 덮을 때면 나는 작은 행복을 맛본다. 몸을 청량하고 정갈하는 행위에는 어떤 산뜻한 기분이 있는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디워시 향기는 아몬드향과 허브향 이지만, 코코넛 향기도 정말 사랑스럽다.

갑자기 '소확행'이라는 유행어가 떠오른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나는 이 말을 믿고 싶지만, 어쩐지 자본주의 사회의 상술같아 맘이 아리다. 소시민의 행복으로 제한되는 걸까나. 나도 지중해에서 요트를 타는 기쁨을 누려보고도 싶다. 취향과 취미에서 오는 행복이 자본의 단위로 나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누군가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ex. 조르주 페렉, 부르디외)이 이런 자본과-취향-행복을 논하는 글들을 썼썼을 것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내 취미와 내 행복을 쓰다보니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다.

아무튼, 또 내가 좋아하는 것은 샤워하고 젖은 머리칼을 선풍기 바람에 말리는 것이다. 이것은 여름날의 행위이다. 탈탈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에 건조되어가는 물기. 창밖에선 맴맴 우는 매미와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 여름날의 한 이미지라, 그 이미지를 구축하고 그 이미지속에 퐁당 들어가 있는 내가 되어, 즉, 여름속의 내가 되어 나는 이 머리말리기 행위가 너무나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얼음 동동 띄운 보리차라도 곁들이면 나는 이게 무슨 호사인가 싶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또 있다. 이렇게 노트북을 키고 타자를 두드리는 것이다. 글쓰기가 재밌고 나온 글이 단정하고 매력적이고 재미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뭔가를 쓴다는 것의 즐거움이 참 좋다. 나만의 소박할 글인지언정, 나만의 것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에 기쁘다. 비어있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텅빈 부분이 충족된다. 나만의 레시피로 탄 아이스 까페 오레를 한잔 마시며, 조그맣고 하얀 노트북과 나는 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나 자신과 사람들을 사이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재창조 시키는 데에서, 나는 재간둥이 이야기꾼이 된다.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친구들 혹은 지인들과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고, 커피와 음료들을 마시며 재미있는 담소를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대게 우리가 선택하는 메뉴는 중국음식이거나 대중화된 미국음식이다. 대학 동아리 친구들이 많은 나는, 벌이가 제각기 다른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메뉴를 사람들이 무언의 배려 속에서 나누어 먹는 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까페(보통은 스타벅스)에 가서 시원한 음료들을 나누어 마시며 아무 말을 떠들어 대곤 한다. 서로의 안부 부터 직업적인 이야기, 서로의 성격이야기, 농담들, 준비해온 선물이야기, 빵덕후들의 빵 사랑 이야기, 같이 훌라댄스 수업을 듣자는 도원결의, 미국의 정치인 이야기... 이야기를 듣거나 하거나, 이야기가 작거나 크거나, 나는 내 친구들이 이렇게 반짝이는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구나 하고 그들의 생김새 만큼이나 다양한 품성과 성격을 목격하고 매우 즐거워 한다. 그리고 우리가 아주 사소하지만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는 그 시간이 행복해진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만큼, 나 혼자 보내는 시간도 즐거워 한다. 다이어리를 정리하며, 일상의 계획들을 세우는 데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친구와의 만남, 아르바이트 일정, 원고 마감 기한, 동아리 친구들 모임, 케이팝 댄스 수업 친구들과의 점심 식사, 자원 봉사 영화수업 등등으로 빼곡 하게 채워져 있는 8월달의 스케쥴러를 보고 있으면, 이번 달도 신나는 한 달이 되겠구나 하고 설레임을 느낀다. 시간이 내 손위에 있는 느낌이랄까!(사실은 시간님의 손바닥 위에 내가 있는 거겠지만) 시간을 슥슥 잘라 모눈종이 위에다가 보기좋게 재단하는 것처럼, 나는 내 시간을 잘 돌보고 그 시간 속에서 즐거움을 찾겠다는 아주 강한 태양인의 기질이 느껴진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몇자 적어보았다. 이 외에도, 미술 문외한이지만 가끔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고 굿즈를 사는 것, 소설책을 들고 까페에 가서 아이스바닐라라떼를 마시며 멍때리는 것, 둥지냉면 해먹기, 정기적으로 평래옥에 들러 평양냉면과 닭무침 먹기, 양재 크라이 치즈버거에 가서 치즈버거 먹기, 혼자 코미디영화보기 등등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이다. 당신은 어떨때 행복한가? 당신을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행복의 강도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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