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심할때면 쿵후 동작을 하곤 한다. "이얍~하!" 양팔을 벌리고 한쪽 무릎을 세운다던가, 장풍을 쏘는 액션을 취해본다. 물론 혼자 있을때 해야하는 행동이다. 그런데 문득 내가 지난 날 까페에서 일했던 날들을 쿵후수련생의 마음가짐으로 돌아보게 되었다.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작은 까페에서 일하게 된 나는 아침오픈조였다. 이십일세기에 들어온지 훨씬 넘었지만 이 까페는 물을 직접 데우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고수했다기 보다 공간이 너무 작아서 온열 기능이 있는 작은 정수기통을 이용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까페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물을 길어 정수기통을 채우는 것이었다. 이 것은 정말로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가? 그 옛날에 쿵후수련생들은 맨 처음에 물을 긷고 수련원을 쓸고 닦고 하는 것부터 배웠을 것이다. 물을 길어 데운 후, 까페를 쓸고 닦고 청소하는 것이 아침근무의 일련의 루틴이었다. 그 다음에 커피 머신기에서 첫 샷을 뽑는다. 오늘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할 머신기에게 준비운동을 시키는 셈이랄까. 향긋한 커피 향기가 고된 까페 노동의 즐거움이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멍 때리다가, 조금씩 분주해진다. 나는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손님들을 맞았는데, 그 당시에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익숙해진 일련의 동작들을 착착 수행하고는 했다. 주문 받고, 계산하기, 샷을 내리고, 우유를 넣기, 레시피에 따라 시럽을 넣기,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음료 준비되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상냥하게 말하기... 손님이 많아지면 더 분주해졌고 이 리듬은 속도를 붙여갔다. 절도있는 동작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권법인 것이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이 나를 알바고수로 만들었던 것 같다. 계속 서있어야 해서 다리가 아파도 나는 즐거웠다. 내 몸에서 나오는 아드레날린이 부족한 체력을 지탱해주었다.
문제는 피크타임과 소수의 고객이었다. 손님들이 단체로 들이닥치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쿵후에서도 정신수련이 제일 고되지 않을까? 나는 땀이 나게 일하고 있는데, 백화점 문화센터나 옷가게를 방문한 고상한 손님들이 아름다운 옷을 입고 여유롭게 프라다와 에르메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듣고 있으면, 인생이 다 허무해졌다. 그런 손님들이 카드를 던진다거나 하는 진상짓을 하면 나는 더 수련이 안되었다. 나는 알바고수가 아니라 하수 였던 것이다. 일이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해도 모자랄 판에, 나는 일을 때려치고 에르메스 스카프를 하고 커피숍에서 호사를 부리고 싶었다. 아무튼 지금 생각하면 다 장풍으로 쓸어버리고 싶었던 기억들이 많네.
싸운 적도 있지만 나름 친했던 동갑내기 까페알바 동료가 있었기에, 나는 교대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알바 쿵후 수련생들은 친하기도 했고 직장동료인 만큼의 거리감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한다는 유대감이 한 순간이라도 있었을 거라고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아무튼 지나고 보니 까페 알바는 내게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었던 시간이었고, 세상의 치사함을 알게 해주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 서비스직 노동자들- 커피 쿵후 수련생들, 이 마음에 생채기를 입지 않고 건강하게 신나게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대 시민 사회에서 시민의 교양 수준은 그렇게 서비스직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알 수 있다고 어딘가에서 주워 들었다. 까페 노동자들을 막대하는 진상 들은 내가 '몹시화가난부엉이의날라차기'권법으로 혼쭐을 내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