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워크숍 과제로 쓴 글.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의 달콤쌉싸름한 맛이 중독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건, 라떼 종류다. 에스프레소에 우유가 섞이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따뜻한 라떼는 입술위에 거품이 살짝 뭍어나 낭만적인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더 좋아하는 건, 아이스라떼다. 차가운 우유에 퍼지는 에스프레소샷을 볼때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고소한 맛은 시원하게 전달된다. 여기에 달콤한 바닐라 시럽이나 헤이즐럿 시럽을 추가하면 맛은 더 좋아진다. “얼죽아”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나는 아바라와 아헤라를 고수하는 소신을 지키고자 한다. 스무살 이후로 커피를 즐겨왔으니, 나만의 커피역사가 얼추 십오년 정도 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와 얽힌 추억을 하나쯤은 갖고 있지 않을까. 내게도 그런 추억의 장면들이 몇 개 있다.
커피는 혼자 즐겨도 타인과 함께 즐겨도 행복한 기호식품이다. ‘기호’라는 데에는 많은 의의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내가 끌리는 어떤 면면들에는 신비한 비밀이나 수수께끼가 담겨 있을 것 같다. 내가 타고난 성정으로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든, 후천적으로 발견한 기호이든, 어떤 인연의 고리가 있음은 분명하다. 이 기호식품은 현대 사회에서 공간이라는 분위기와 함께 판매 되고는 한다. 까페들이 넘쳐나는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나만의 취향을 발견해주는 까페를 찾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나는 청량리의 작은 까페인 ‘눈타이드’를 발견했고, 거기서 커피를 마시던 날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다. 내 또래의 여성분이 혼자 운영하는 눈타이드 까페는, 여러 가지 시그니처 커피와 쿠키들이 메뉴에 있었고, 아기자기한 감성의 패브릭과 소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따뜻한 봄날 나는 그 곳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혼자 정오라떼라는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내가 이런 종류의 감성을 좋아하는 구나’ 하고 깨닫게 되던, 커피 한잔의 추억이다.
두 번째 커피가 함께 한 내 추억속 한 장면은, 최근에 엄마와 함께 한 커피데이트이다. “Danbi” 라는 고운 이름의 한 까페에서, 엄마와 나는 디저트와 커피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집에서 맨날 보던 엄마였지만, 왠지 까페에서 커피를 함께 나누니 무척 여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색색깔의 마카롱을 곁들여, 엄마는 따뜻한 라떼를, 나는 아이스라떼를 마셨다. 우리의 마음에 촉촉한 단비가 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르신들이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해라” 라고 하시던 말씀이 이해가 될 때가 순간순간 있는데, 이 날도 그런 날이었다. 다만, 어떻게 인생에 좋은 일만 있을 수가 있을까. 그저 가끔 찾아오는 소중하고 행복한 날들을 기억하고 연료삼아 힘을 내는 거라고 납득했다. 그리고 전염병시대에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엄마와 나의 시간이 더욱 값지게 느껴졌던 것 같다.
세 번째 커피가 있는 장면은, 가장 최근의 날들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청소와 방역이 주 업무이다. 아침에 업무를 마치면, 믹스커피를 한잔 타 마신다.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불량하고 건강에 좋지 않은 설탕 덩어리 맛인데도, 피로가 쫙- 가신달까? 일을 성실하게 매일 하는 내가 뿌듯하기도 하고, 커피 자체가 맛나기도 하다. 믹스커피는 왠지 대중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 같고, 내가 믹스커피의 맛을 좋아한 다는 게 마음에 든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만 같아서다. 믹스커피에는 왠지 우리네 인생의 애달픔이 있다. 커피의 달콤쌉싸름한 맛은, 괜스레 인생을 비유하기에 적당한 것 같다. 인생에는 달콤한 일도, 고된 일도 있으니까. 그런 여러 가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섞여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덧붙여, 커피 향기의 아름다움은 마치, 우리 인생을 축복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커피와 관련된 좋은 기억들을 나열해보았다. 나는 앞으로도 커피를 애호할 것 같다. 혼자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거나, 시간을 보내거나. 혹은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까페를 찾아서거나, 커피가 함께 할 것이다. 커피는, 잘 어우러지는 존재다. 음악과도 잘 어울리고, 책과도 잘 어울리고, 휴식과도 잘 어울리고, 담소와도 잘 어울린다. 이 기호식품의 신묘한 힘은, 모든 장면을 여유롭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데 있다. 약간의 낭만섞인 시선으로 커피를 그리는 걸지도 모르겠다만. 실제로 커피는 사람을 느리고 릴렉스 하게 하는 성분을 가졌으니까.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가 더 제대로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단순히 사치라고 평가절하 당하지 않고, 커피의 가치가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어떤 사소한 사치는 사람을 살리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기쁘고 즐겁기 위해 살기도 하니까. 커피와 함께 행복한 장면들이 더욱 더 많이 만들어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