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책일기
친구들, 어제는 날씨가 정말 좋았는데, 오늘은 또 운치있게 비가 오네요. 이런 저런 모양의 날씨들을 좋아해요. 밝고 맑은 햇살과 부드러운 공기의 날씨도, 폭신폭신하게 내리는 초여름비의 날씨도, 가을 하늘도, 겨울의 눈송이도.
오늘은 꼭 제 마음같기도 하고, 제 마음보다 훨씬 아름다워서 저를 정화시켜 주었던 책 한권을 소개해드릴까해요. 어젯밤 어떤 책을 고를까 즐거운 고민을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오늘 아침에 눈을 딱 뜨자마자 이 책이 떠올랐어요.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행복의 ㅎ을 모으는 사람>.
제목부터 정말 예쁘고 귀엽지 않나요? :-) 좋아하는 것들을 아끼고 좋아하는 취미를 가진 작가가, 자신의 좋아하는 것들을 정성껏 들려줍니다. 그런 취미를 읽는 저 자신도 행복이 전염됬어요.
바다 속에서 막 꺼낸 젖은 얼굴 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눈을 감았다 뜨는데, 머리 위로, 온 하늘에, 진득한 노을이 내리고 있었다.
며칠 전 양양으로 바다 여행을 다녀왔는데, 바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어요. 리밍님 말처럼 가슴이 탁 트이고 눈이 시원해지는 그 느낌. 자연 속에서 뛰논다는게 얼마나 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지...
근사한 구름을 마주치는 건 언제 찾아올지 모를 즐거움 중 하나다. “오늘은 구름이 다 했다” 싶은 하늘을 보는 건 드물기 때문에 더욱 신나는 일. 그런 순간엔 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을 목격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저는 뭉게구름과 분홍색 노을을 정말정말 좋아하는데요. 양양 여행에서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서울 하늘 위로 오렌지색 사탕같은 해가 저물며 하늘을 온통 분홍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것을 목격하곤 제 마음도 물드는 것 같았어요.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풍경이었고, 집에 와서 크레용으로 그 노을진 하늘을 그려보았습니다.
나무를 좋아한다. 좋아하면 자주 보인다. 내가 아닌 무언가가 되려 애쓰는 대신, 더욱더 내가 되어야지 하고, 자꾸 자꾸 오래오래 그저 자기 자신이 되어 가는 나무처럼.
한달동안 서울숲에 자꾸 출석(?) 하게 되었습니다. 크고 단단하고 멋진 나무들이 좋아서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하루하루가 다른 나무. 나무들이 주는 존재감은 대단했어요. 나무와 살며시 포옹을 해보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나무가 그 높이만큼 크기까지의 시간이 상상이 가서 나무가 더욱 존경스러워요. 책의 말처럼, 정말 그래요. 좋아하면 찾게 되고 자꾸 눈앞에 서성거리게 되나봐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슈퍼와 카페는 어디쯤에 있는지, 편한 차림으로 나와 맥주 한잔할 만한 가게는 있는지, 밤바람이 좋은 날 산책하러 나올 개천이나 공원은 또 어디 있는지 꼼꼼히 살펴두게 된다. 그렇게 발견하게 된 장소마다 나를 그려넣어보는 일도 즐겁다. 이 카페엔 문턱이 닳도록 들락 거리겠구나. 저 편의점 파라솔 아래선 여름 내내 맥주를 마셔야지.
여행도 좋지만, 역시 동네(익숙한 동네이든 낯선 동네이든) 산책이 으뜸이지요. 햇살이 부서지는 낮도, 부드러운 빛을 비추는 달이 뜬 밤도..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로 둘러쌓이면 뚱했던 마음도 치유가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의 저는 스트레스 관리가 안되서 삐뚤빼뚤했었어요. 툭하면 삐치고 톡하면 화내고. 그런데 이 책을 다시 집어드니 마음에 평화가 스며들어요. 아 내가 이런 걸 좋아했었지, 맞아.. 이렇게요. 좋은 것들은 좋은 것들을 불러 들이나 봐요. 한 없이 초라해 마음에 구김살이 졌었는데 좋은 것들을 생각하니 갓 마른 빨래처럼 뽀송뽀송한 기분이 듭니다. 빠샤!
요즘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그림그리기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런 작은 취미들이 저를 얼마나 정화시켜주는지.. 행복합니다. :) 행복해요!
여러분의 ㅎ, 행복은 무엇인가요?
우리 다음에 피자 먹으러 갈때 꼭 들려주셔요!
자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