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나는 지난 몇 개월간 일 없이 아무것도 안 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하루가 그다지 소중하지 않은 일상이 반년 하고도 열흘이 지났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하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 지친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사치스러운 이야기지만 질릴 수 있다. 아마 걱정이 없는 환경이라면 아무것도 안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없어서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확실하게 질려버린다. 밀렸던 콘텐츠도 꽤 질리게 봤고
그래서 조금 가볍게 경제활동을 해보려고 했다.
이미 수개월 전 퇴사할 때,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고 나를 쉽게 팔 수 있도록 각종 인건비 지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놨다. 일단은 질러놓고 자리를 확보했다. 그렇지만 현명한 판단을 아끼지 않는 친구에게 다시 생각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실로 맞는 말 대잔치인 게, 이제 젊고 어려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나는 이제 없다. 이런 방황은 사회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인 셈이다. 개인적인 발전은 어떤 환경에서도 항상 이뤄왔다고 확신할 수 있기에 무엇을 하든 당연한 조건이지만, 이력서에 그저 공백을 추가하는 시간을 보내는 게 유익할 리 없다.
생각을 고쳐먹고 조금은 본격적으로 일해보려고 한다.
일단 원티드를 켰다. 깨작 지원해 보고 빠른 거절에 상처 입은 내 마음은 마데카솔로 달래고, 원티드를 들어갔다. 이력서를 고치고, 채용공고를 살펴보았다. 잠깐 샛길로 새면 나는 건담 중에 아스트레이 건담을 좋아한다.
ASTRAY. 길을 잃은, 정도에서 벗어난 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가 맘에 드는 까닭은 나와 닮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대학원에서 학위를 따고 큰 회사로 들어가거나, 의전원/법전원을 갔거나, 교수를 하거나 하는 대부분의 동문들과는 다른 왕도에서 벗어난 길,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직원으로 떠돌고 있는 나는 이제는 미래를 생각해서 커리어의 방향성을 견고히 할 필요가 생겼다. 다양한 영역에서 기본이상은 수행할 수 있는 챗GPT 같은 상태로는 정말 챗gpt처럼 처음에나 신기해서 깨작거리지 장기적으로는 써먹을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애물단지화가 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도 그럴 연차/나이가 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부트캠프 식의 커리어 전환을 하기에도 경쟁력이 있지는 않아 보였다. 그래서 일단은 나의 역량을 오롯이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장기적으로 고려했을 때 사업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범위로 확장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보았고 다행히 하나는 찾을 수 있었다.
내일 나는 면접을 보러 간다.
맘에 드는 회사를 위한 이력서를 쓰고, 그냥 기본 이력서로 지정된 상태에서 구직 중으로 돌려놨더니 몇몇 회사가 열람을 하기에 그냥 내버려두어놨다. 그러던 중 공고를 보긴 했으나 영역이 좀 상이하여 고민했다가 지원은 안 한 회사에서 면접 제안이 왔다. 사실 면접보다는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것들을 확인받으면 입사하기 좋다고 판단되어 무엇을 확인할지 정리하고 있다. 그간의 업무 경험으로 회사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기에, 해당 부분들을 확인하여 발전가능성을 확인하고 싶다. 회사도, 나도 성장이 필요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