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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jay Jul 20. 2017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

혹은, 창조자와 피조물에 관한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커버넌트>로 인해 거의 40년 만에 드디어 리들리 스콧이 최초 기획했던 에이리언 3부작 내러티브가 완성되었다.

사실 에이리언 시리즈는 공포물이 아니었다. 1편 여주인공인 시고니 위버가 주목을 받으면서 그녀가 이 시리즈의 구심점이자 고정 히로인이 되었고 이후로는 감독들을 갈아치우면서 4부작에 희한한 스핀오프물들도 제작되었지만, 리들리 스콧이라는 감독이 표현하려고 했던 영화의 세계관은 인간이라는 피조물에 대한 근본적 질문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이리언 1의 히로인, 시고니 위버


<에이리언 시리즈>
- 에이리언(리들리 스콧, 1979)

- 에이리언 2 (제임스 카메룬, 1986)

- 에이리언 3 (데이빗 핀처, 1992)

- 에이리언 4 (장 피에르 주네, 1998)

- 프로메테우스(리들리 스콧, 2012)

- 에이리언: 커버넌트(리들리 스콧, 2017)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 3부작의 마지막, 에이리언 커버넌트(1979)


간단히 말해 그가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전하려는 핵심 내러티브는 이렇다. 


인간을 창조한 외계인(엔지니어)은 사실 에일리언을 배양하기 위한 숙주로 사용하기 위해 지구 행성에 자신과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최초 생명들을 배양시킨다. 자기 종족으로 생체무기를 만들 수는 없으므로 동일 유전자를 가진 인간을 창조했지만 정작 그들은 사고로 제때에 지구로 돌아오지 못한다.

인간의 창조자, 엔지니어


그 사이에 인간은 나름의 문명을 발전시킨다. 나아가 인간들은 영생의 몸과 의식을 가진 AI를 '창조'하고는 그(데이빗)와 함께 인간의 창조자를 찾아 우주여행에 나선다.


긴 여행 끝에 결국 창조자(엔지니어)를 만나게 되고, 그와의 대화를 시도하지만 허망하게도 엔지니어는 자신을 찾아온 피조물, 인간에게 관심이 없다. 수단이자 도구의 용도로 만들어진 인간이 스스로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려 하자, 엔지니어는 그런 인간을 외면하고 오히려 공격한다. 그는 인간이 함께 데려온 AI조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파괴하려 한다.

인간이 만든 AI를 망설임 없이 파괴하는 엔지니어


인간은, 

존재 이유에 대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려 하고 스스로의 업적을 자찬해왔다. 나아가 자신을 만든 창조주에 대한 경외감을 가져왔고, 언젠가 창조주를 만나면 얻게 될 영생을 향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이것은 종교적 의미가 다분히 깔려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리들리 스콧은 영화를 통해 말한다. 

사실 인간은 어쩌면, 그저 특정한 종족의 수단으로 존재하는 복제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에이리언이라는 생체 무기(?)를 배양하기 위한 만들어진 숙주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게다가 그런 계획을 가진 엔지니어(창조자)는 그 생체 무기를 잘못 다루다가, 자기들끼리 진멸당하고 마는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감독은 1편이 만들어진 39년 만에 본인의 3부작을 통해 이러한 세계관을 여과 없이, 냉소적으로 드러낸다. 

도리어,

피조물이 만든 존재인 데이빗(AI)이 에이리언을 재창조하고 그것들과 소통을 하여, 드디어 그것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존재가 된다. 피조물의 피조물이 영생을 얻고, 종국에는 조물주의 위치에 서게 된다. 창조자(엔지니어)와 피조물(인간)의 세계. 그리고 다시 피조물(인간)과 그들의 피조물(AI)의 세계. 


엔지니어를 소멸시키고 에이리언을 재창조한 AI, 데이빗


이 두 세계는 우연히 그리고 기대보다 더 허망하게 붕괴되고 말았다. 하지만 인간의 피조물인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창조자와 인간을 뛰어넘는 Artificial Creator가 되고 에이리언이 AI의 Artificial Creature가 된다. 이렇듯 처음 된 자가 나중이 되고 나중 된 자가 처음이 되었다.


이렇듯, 30여 년 만에 마침내 드러난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 시리즈는, 인간 문명의 탄생과 소멸에 대한 '은유와 역설'을 보여준 탁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계속 그의 세계관이 뇌리를 사로잡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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