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가는 고생길을 자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도무지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보다 더 내 얘기일 수가 없었다. 이보다 더 나의 글 벗들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지난 4년간 매일 밤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 바로 여기에 들어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첫 아이가 태어나서 눈물이 쏙 빠지도록 사투를 할 때에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 좀 사람 꼴을 하는 가 싶었던 때 아이는 세 살이 되었다. 그리고 둘째가 태어났다. 어린 둘째가 한 살이 다 되어 갈 즈음 운명적으로 나크작 글 벗들을 만나게 되었다.
또 다행인 것은 내가 처음 글을 써보겠다고 머리를 쥐어뜯을 때 둘째는 신생아가 아니었다. 대략 11개월이었으니 울긴 많이 울어도 밤낮없이 울어 젖히는 시기는 지나있었다. 그럼에도 쉽지 않았다. 매일 밤 무언가를 쓰고 싶었지만 내게도 어쩔 수 없이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드는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몸은 피곤했으며, 잠귀가 예민한 2호는 내가 옆에서 사라지는 순간 몸을 뒤척였다. 한 글자라도 적어보려 노트북을 열었다가 바로 닫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쓰고 싶어 늘 아이들이 잠들기 만을 기다렸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순간이 설레었다. 잘 써지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식구들이 모두 잘 자고 있어서 온연히 나로 숨 쉬는 시간에 진정으로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이들은 내게 그런 자유를 자주 허락하지는 않았다. 나는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커 가는 날을 꿈꾸며 기다렸다. 그렇다고 미뤄두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난다면 쓰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크면 더 편하게 잘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진정 착각이었다. 매일 커 가는 아이들은 매일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겨주었다. 밥을 혼자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밥투정을 일삼거나 장난을 쳐서 꼭 한 소리를 하게 끔 만들었다. 학교에 들어가서 편해진다 싶더니 숙제와 핸드폰과의 싸움이었다. 이제 슬슬 게임의 단계도 오고 있다.
글 벗 선배 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 내가 아주 편한 시기란다. 앞으로는 대체 얼만큼 더 속을 긁는 거야? 이거보다 더하다고? 그땐 어쩌지? 나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대체 언제쯤 나는 편안히 글을 쓸 수 있을까? 아이들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서 공부하다가 잠이 들 시기일까? 그때는 과연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걸까? 내 글 벗들은 더 쓸 수가 없어서 고군분투하는 중이던데… 나도 그러겠지?
2주에 한 번씩 줌으로 모여 우리는 글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고군분투하던 일상도 나눈다.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나누며 서로 조언을 해주곤 한다. 여섯 명이 모이고, 여섯 명의 고민은 다양한 듯 하지만 같은 고민도 많다. 내 아이들의 시간을 이미 지나온 선배 글 벗들에게서 귀한 조언을 얻는다. 게 중에 우리의 고민 속에서 늘 빠지지 않는 것은 작가로서의 삶이다.
때로는 여섯 명의 에너지가 비슷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업 앤 다운이 존재한다. 내가 침체되어 있는 달에는 나머지 다섯이 으쌰으쌰 하기도 하고, 또 다른 멤버가 쓰지 못하며 잠드는 나날을 통과하고 있다면 이미 빠져나온 멤버들이 더욱더 박차를 가한다. 터널을 통과하는 이가 외롭지 않도록 다독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 빠져나오면 다시금 함께 살아갈 것임을 약속하며 우리는 연대한다.
나는 연대의 힘을 믿는다.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노래하는 가사처럼 나 하나로서는 힘이 없어 보이지만 너도 나도 꽃피고 너도 나도 물들면 우리는 풀밭을 꽃밭으로, 산 전체가 물들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당장은 작가로서 살고자 몸부림치는 시간이 적고 미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간이 서로 중첩되어 쌓이고 쌓이며 결국엔 우리 자신의 성장으로 이루어 내리라 믿는다.
책을 읽다 보니 홀로 쓰고 있다는 외로움이 사라졌다. 매일 밤 책상도 없이 식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내가 그들과 연대하게 만들었다. 여성으로서 엄마로서의 삶에 작가라는 정체성을 끼워 넣어 어딘가에서 불협화음이 난다 해도 나는, 우리는 멈출 수 없다는 것을 뜨거운 심장으로 느끼고 있다. 반드시 해답을 찾아 결국엔 작가로서의 삶을 일궈 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안다. 오늘은 내가, 내일은 글 벗들이, 모레에는 우리와 같은 수많은 글 쓰는 여성들이 연대하여 세상을 조금 더 살맛 나게 하리라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꼭 그렇게 만들고 싶다. 나도 그것에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
오늘 당장 쓰지 못한 몸으로 잠들었다 해도 괜찮다. 우리는 지금 터널을 통과하는 중이고 결국엔 빠져나와 쓰는 나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 쓰지 못한 나를 더 사랑해 주자. 오늘 못하면 내일, 내일 못하면 또 그다음 날이 있으니까… 지금은 쓰기 위해 잠시 웅크리고 편한 잠을 자는 것뿐이니까 말이다.
쓰지 못한 몸으로 잠드는 그대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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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