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달 찾아오는 마법 같은 순간.
어떤 이는 매직이라 부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달거리라고 부르기도 하는 등, 수많은 이름을 가진 그것. 바로 생리.
나에게 첫 생리가 찾아왔던 때가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기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많이 당황하지 않았던 걸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생리를 시작할 당시에는 이미 일회용 생리대가 널리 사용되고 있었고, 매달 꼭 사야 하는 항목이기에 가격이 중요했는데 나름 저렴한 브랜드로 선택해 쓸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의 학창 시절은 늘 생리대와 함께였다. 20대 초 어느 날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리대를 착용하는 순간 매달 일정기간은 수영장에 갈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대안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만난 새 세상!! 탐폰의 세상이었다!!
한 여름에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이는 얼마나 더울까? 생리대를 써본 여자들이라면 왠지 무지 공감할 것 같은 후덥지근함. 시원하게 바람이 통했으면 좋겠는 그곳에 두꺼운 솜뭉치를 끼고 한 여름에 앉았다고 상상해보라. 불가마 사우나가 따로 없다. 땀과 생리혈이 만나 솜뭉치에 머무르는 그곳에는 뭐라 설명하기 미묘한 냄새도 스멀스멀 동거하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그 미묘함을 눈치채기도 전에 이미 자신의 코는 복잡 미묘 덩어리에 절여져 있다. 그래서 더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지도…
생리대를 착용하면 많은 활동에 제약이 있다. 예를 들어 생리대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수영을 배우고 있어도 수영장에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안에서 흡수하는 탐폰의 경우는 어떤 스포츠에도 제약이 없었다. 물론 양이 많은 날에는 생리대와 똑같이 자주 교체를 해줘야 한다. 이렇게 생리대와 함께할 수 없었던 활동들은 탐폰과 만나는 순간 모두 웰컴이었다.
왜 탐폰의 광고 이미지가 다리를 일자로 쫘악~ 찢으며 날듯이 뛰는 여인인지 써보면 알 수 있다. 매달 찾아오는 그날이 불편함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정말 뭐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자유로웠다.
20대 초반에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나는 첫 아이를 낳은 30대 중반에 이전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의 여정을 생리컵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사용 초반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도 있다는 얘기에 구매를 망설였었다. 이유는 가격이었다. 내가 쓰고 있는 탐폰은 한 달에 만원 정도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생리컵이 크기는 작지만 가격은 반년치의 탐폰 가격이었다. 더군다나 적응을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테니 신중해야만 했다. 생리컵을 사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쓰레기였다.
생리대와 탐폰은 교체할 때마다 나오는 쓰레기로 인해 지구에게 미안하고, 구입할 때마다 내 통장에게 미안해졌다. 허나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생리컵과 함께라면 이 모든 것이 마법처럼 해결되었다. 그렇게 5년째 나는 그때 구입한 생리컵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 중이다.
3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거의 절반 가까이의 인생에 매달 만난 친구. 그리 오랫동안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존재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다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 내 몸안에 존재하는 이 친구의 크기를… 생리컵을 착용하는 순간 이 신비한 존재는 어디에도 섞이지 않고 순수함 그대로 나를 마주한다. 경이롭다. 내 안에 새로운 생명을 향한 이만큼의 에너지가 매달 쌓이고 있었다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이 친구가 늘 반갑지만은 않았었다. 불편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통제를 입에 털어 넣어야 할 정도로 통증을 동반하니까. 그런데 귀한 두 생명을 얻고 나니 지금은 예전에 가졌던 귀찮음이 미안해진다. 이 친구가 없었다면 내 눈앞에 사랑스러운 이 두 아이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나이가 40을 넘어가니 30년 가까이 함께한 이 친구에게 이제는 반가움이 더 크다. 내 몸이 건강하게 잘 유지되어 오래도록 만나는 좋은 친구로 남았으면… 헤어지는 그날까지 부디 사이좋게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램으로 친구를 맞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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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