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있어 최대의 적은 ‘아는 맛’이다. 그 맛을 알기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불현듯 들이닥치면 나는 습관처럼 음식 관련 다큐나 예능을 보곤 한다.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백종원 선생님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보다 보면 여행이 떠나고 싶다. 관광명소도 좋지만 식도락, 맛있는 음식을 즐기러 당장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싶다.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내 속엔 그리움으로 꿈틀 거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식도락과 여행, 아… 정말 한국이 가고 싶다. 백종원 선생님께서 다녀가신 많은 나라들 다 가보고 싶다는 꿈을 꿔보지만 지금 당장 선택하라면 한국이다. 고국에서 그리운 이들과 함께 먹었던 음식들은 그리움이라는 호르몬을 내뿜으며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마치 비행기 안에서 누군가 컵라면 뚜껑을 딱 열었을 때의 기분이랄까?
나는 먹는 것을 참 좋아한다. 맛있는 음식을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맛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자신만의 호불호 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보편적으로 맛있는 음식은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온갖 형용사를 붙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정말 맛이 있다. 그저 티비에서 보기만 하는데도 입안 가득 군침이 고이고, 나도 모르게 한입 먹은 것 마냥 꿀꺽 빈 목젖을 넘긴다. 특히 나처럼 고국을 떠나 해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태어나고 자란 한국의 음식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많다. 예를 들자면 생일날의 미역국이나 주문하면 10분 이내에 집으로 배달되는 중국집의 세트메뉴 1번 (짜장 1, 짬뽕 1, 탕수육 소) 같은 것 말이다.
잘 먹으니 가리는 음식도 별로 없을 것 같은 나지만, 생각보다 나는 가리는 음식이 많다. 예를 들자면, 물에 빠진 육류는 선호하지 않는다.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보다 참치, 그도 아니면 부대찌개처럼 햄이나 소세지를 넣고 요리하는 걸 선호한다. 그리고 생선요리는 잘 먹는 회를 빼고 다른 요리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데 바로 생선 비린내 때문이다. 전문 식당에서 맛깔나게 요리되어 나온 음식에서는 잘 나지 않는 그 비린내가 내가 집에서 요리하면 혀끝뿐만이 아니라 어쩜 그리 온 사방에서 느껴지는지 몇 번 실패한 이후로는 잘 도전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확실하게 맛있다고 짐작되거나 상상되는 음식이 아니면 새로운 음식에 잘 도전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좋아하는 언니가 나에게 음식에 대한 편견을 없애보자며 눈앞에 생선이 가득 담긴 접시를 들이밀었다.
그 접시에는 비린내로 유명한 윤기 좔좔 과메기가 가지런히 줄 맞춰 놓여있었다. 이 가지런한 녀석들을 보는 순간 내 콧속에는 바닷가에서 불어온 듯한 비릿한 바다내음이 가득 들어찼다.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한데 언니는 내게 머릿속에 가득 찬 편견을 한번 부숴보자고, 그러면 그다음은 더 수월할 거라 나를 설득했다.
그 설득은 나에게 완전히 먹혔고, 나의 과메기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비린내로 유명한 과메기보다 생선구이가 더 비리다고 이야기하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여전히 신기해한다. 사실 나도 그런 내가 신기하다. 그 이후로도 낯선 음식을 향한 시도는 계속되었다. 물론 한 번의 시도 후 다시 찾지 않는 음식도 많지만 그만큼 즐길 수 있는 음식도 늘어났다.
우리는 알고 있다. 첫 발자국이 가장 힘들다는 것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세계로의 첫 발자국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미지에서 오는 두려움, 낯섦에서 오는 망설임과 새로운 도전을 향한 가슴 떨리는 설레임까지.
그리고 또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두 번째 내딛는 발자국은 생각보다 수월하다는 것이다. 복잡 미묘한 마음과 함께 내디딘 첫걸음과 함께 우리에게는 경험이 쌓이고, 그로 인해 다음은 더 이상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작은 기억들이 중첩되면 어느새 새로운 음식이든, 인생에 있는 그 어떤 새로운 도전이든 처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아이를 키우다 보니 모든 것을 처음 맞이하는 아이에게 음식이든 세상이든 무서움보다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키워주고 싶다는 바램을 갖게 되었다. 인생의 수많은 첫걸음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실패한 걸음조차도 트라우마로 남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그로 인해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주려 엄마인 나를 다독인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 내 발에 가해지는 첫걸음의 무게는 상상 그 이상이다. 하지만 아이를 향한 사랑은 내 발에 중력을 거스를 수 있는 초강력 파워를 실어준다. 그래서 부모의 자리에 서있는 우리는 매 순간 다가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힘차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그 무엇이 되었든 당신의 처음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