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나고 자랐어도 이럴 땐 찐 한국인(2)

파스타엔 김치 아니겠어요?

by YJ Anne

요즘 애벌레 파스타에 푹 빠진 1호는 이틀에 한 번은 꼭 파스타를 먹는다.

지난주 어느 날 남편과 미역국에 신김치를 먹고 있었는데 옆에서 파스타를 먹고 있던 1호가 꼬릿한 김치 냄새를 맡더니 우리를 쳐다봤다.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짜식 호주에서 태어났다고 김치 냄새 싫어하는 거 아냐?' 싶은 생각이 들어 내심 뜨끔했다.

그런데 1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반대였다.

"나 이 김치 한 번 먹어봐도 돼?"

"김치? 당근이쥐~ 잠깐만 기다려봐. 엄마가 하나 집어줄게."

갑자기 남편도 나도 왠지 신이 났다.

아이들은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도 사실 찐 호주인이나 진배없다. 이유식만 순 한식으로 했지 입맛은 완전 퓨전이니까.

지난달에 사 온 종갓집 김치가 새콤하게 쉬어서 꼬릿한 냄새가 나고 있었는데 이걸 먹어보겠다니~

김치를 고르는 젓가락에 콧노래가 실렸다.


아이가 적당히 먹을만한 크기를 골라 입에 쏘옥 넣어줬다. 표정이 오묘해진 아이는 김치를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잘도 씹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갑자기 눈이 똥그래지더니 우리를 보고 말했다.

"이거 맛있다~"

"맛있어? 이거 김치가 쉬어서 너무 새콤할 것 같았는데 괜찮아?"

"응, 신기하게 맛있어."


캬~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찐 한국인 엄마 아빠와 사는 아이는 아무리 호주에서 태어났어도 한국인인가? 싶었다. 이게 또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이는 파스타랑 함께 입안에 넣어서 먹어 보더니 자기가 먹을 수 있을 만큼 덜어 달라고 했다.

숟가락에 큰 애벌레 파스타를 하나 퍼서 김치를 올려 먹는 자태라니~

세상 누가 이렇게 파스타를 복스럽게 먹을쏘냐~

그날 이후로 아이는 파스타를 먹을 때 김치를 꼭 달라고 한다. 마치 통닭에 치킨무가 빠질 수 없듯이~ 한국인의 찐 맛을 알아가고 있는 아이가 괜히 더 대견하고 사랑스러웠다.

김치 하나 먹었을 뿐인데 웬 호들갑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타국에서 살고 있는 이민자 부모에게는 호들갑 떨만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14.03.2026 Saturday


#아들육아 #육아일기 #육아 #호주육아일상 #호주일상 #호주육아

#파스타 #애벌레면 #빅스파이럴 #김치 #파스타엔김치 #김치사랑

#한국인 #찐한국인 #호주에서태어난한국인 #오지코리안


#나크작 #작가앤 #앤크작

월, 수, 금 연재
이전 18화편식하는 아이 입맛 꼬시기 대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