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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Jul 08. 2023

2주간의 겨울방학

어쩌다 보니 매일 공원행

어쩌다 보니 매일 아이와 함께 공원을 가게 되었다.


2주간의 겨울방학이 시작했는데 남편과 나는 우리의 비즈니스 때문에 아이와 종일 함께 해줄 수는 없었다. 다행히도 우리의 직장은 집이니까 그와 내가 돌아가면서 아이를 돌봤다.

내가 배달과 픽업을 나가야 하는 오전에는 남편이 왔다 갔다 하며 아이의 밥도 챙겨주고 놀아주기도 했다. 나의 외부 업무는 대부분 늦은 점심시간 즈음 끝이 났다. 내가 들어오면 우리는 조금 늦은 점심을 챙겨 먹고 남은 오후 시간을 내가 아이와 보냈다.


방학의 첫 시작이었던 월요일은 아이가 실컷 놀도록 내버려 두었다. 심심한 시간을 보내봐야 뭐라도 재미있는 것을 찾아서 할 테니. 보고 싶던 유튜브도 온 집안을 헤집으며 장난감을 늘어놓는 놀이도 마음껏 하게 했다. 심심한 낮 시간을 보내고 느지막한 오후, 2호를 데리러 가기 전 우리는 놀이터로 향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나? 아이의 반 친구들과 마주쳤는데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올 걸 그랬나 보다 하는 후회가 살짝 스쳤다. 그래도 다행히 같은 반 다른 친구를 만나서 둘이서 한참을 신나게 뛰어놀았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2호를 데리러 출발해야 할 시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음날을 기약하며 놀이터를 나섰다.


하지만 하늘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화요일은 아침부터 종일 내리는 부슬비에 공원을 간다는 계획은 도무지 실행 불가능이었다. 대신 우리가 선택한 것은 외식!


“오늘의 점심은 버거 먹으러 가자~”를 외치는 남편과 1호. 매번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사 와서 집에서 먹었지만 그날만큼은 직접 매장에 가서 먹었다. 아이는 키즈 메뉴를 시키고 함께 나온 스파이더 장난감으로 인해 신이 났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남편은 디저트로 시킬 썬데 때문에 더욱 신이 나보였다.

그렇게 화요일까지 자알~ 버틸 수 있었다.


다행히 수요일의 하늘은 역시 시드니 하늘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파랬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하늘색. 바로 그 색이었다. 햇살은 따뜻하고 다행히 내 일도 늦지 않게 끝났다.

하지만 수요일은 아이가 수영강습이 있는 날이라 학교를 다닐 때에도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채비하고 출발해야 하는 요일이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공원에서 딱 30~40분 정도만 놀 수 있었다.

아이도 동의하고 우리는 스쿠터와 보호대를 챙겨서 집을 나섰다.


공원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보호대를 착용하고 아이는 스쿠터와 함께 멀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가는 공원은 크게 한 바퀴를 돌아 산책할 수 있도록 트랙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약간 경사가 져있어서 오르막길은 적당히 힘들고 내리막길은 약간의 스릴과 함께 속도를 즐길 수 있다.


내리막길로 내달리는 아이에게 오르막길에 접어드는 부분에서 만나자 하고 나는 중앙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리고 오르막길 부근에서 아이와 만나 나는 살짝 뛰고 아이는 스쿠터를 밀며 올라갔다. 이제 6살이 되어가는 만큼 아이는 자라 있었다. 딱 그만큼 체력이 좋았고, 그만큼 적당히 지쳤다.


짧고 굵게 스쿠터를 즐긴 아이는 마음에 미련이 남았나 보다. 수요일부터 오늘 금요일까지 3일 연짱으로 스쿠터를 내달렸다. 덕분이라고 해야겠지? 나도 아이와 함께 적당히 운동하는 시간으로 삼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내리막길에 아이를 잠시 맡겨 놓고 즐기는 2분가량의 산책길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지만 나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

비록 아주 잠깐이라도, 숨을 돌릴 수 있는 틈새여유가 소중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늘 잊지 않아야 하는 나의 다짐. 

오늘도 잠깐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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