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J Anne Aug 25. 2023

‘야수들’이라 불리는 시대를 초월한 보석들

[작은 땅의 야수들] 작가 김주혜

어디가 소설이고 어디가 현실일까.

역사 속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일들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나에게 일어났던 일인 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기생의 길을 택한 옥희가,

두 딸을 안전하게 지켜내고 싶어 자신의 품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은실이,

지옥 같은 순간을 지나온 후 찾아온 보석 같은 아이를 키워내는 강인한 엄마가 된 월향이,

어느 순간에도 자신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연화가,

세상을 향한 냉철한 시각을 가진 단이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옥희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을 품고 살아간 정호를 통한 세상을 눈앞에 마주하는 동안 가슴이 미어졌고, 심장이 조마조마했으며, 한없이 따스하고 포근했다.


“제발 용서해 주렴. 나는 그 애를 없애려고 했지만 그의 영혼이 실처럼 나에게 이어진 거야.
인연이라는게 참 이상하기도 하지. 인연이 아니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를 붙잡을 수 없어.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도 인연이 다하면 한순간에 낯선이들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가끔은 그 어떤 변수에도 상관없이 영원히 너에게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지.
연화와 나, 우리의 인연은 깊고, 지금의 이 삶을 초월한 전생에서부터 온 것이지.”

실수로 은실의 뱃속으로 찾아온 연화를 지우려 했던 아픈 경험을 딸인 월향에게 들려주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수없는 망치질을 거쳐온 단단한 강철검 같았다.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나니,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 내일 옥희를 만나면 이 모든 것을 그에게 설명해 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세상 무엇보다 안전하게 지켜내고 싶은 사람이 바로 옥희라는 것도 말해주고 싶다.”

한평생 옥희만을 바라고, 옥희의 행복을 위해서 삶의 매 순간을 살아왔던 정호의 뜨겁고도 아픈 사랑을 읽으며 나도 함께 그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하지만 삶이란, 사랑이란 늘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그도 알고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나도 알고 있으니 가슴이 아렸다.


영어로 쓰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인의 감성이 녹아들어 있는 이 소설은 한 동안 영어 원서에 손을 놓았던 나를 유혹해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로 읽으라고 유혹했다. 마치 작가님이 내게 어서 읽으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손짓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독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책이 김주혜 작가님의 첫 책이라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작가님의 다음, 그리고 또 다음의 소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나크작 #앤크작 #나크작추천도서 #앤크작추천도서

#김주혜 #작은땅의야수들

#밀리의서재 #오디오북 #밀리의서재오디오북


사진출처 : 밀리의 서재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으로 들리는 너그럽고 포근한… ‘그럴 수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