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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Mar 31. 2024

고양이 식탐과의 전쟁

사람 음식을 탐하는 고양이들


이렇게 힘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아이를 낳고 돌본다는 것 말이다. 특히 신생아 시기는 100%도 모자라 1000% 부모의 손길을 요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내 뱃속에서 나와 꿈찔 꿈찔 온몸을 꼬물거리거나 온몸이 벌게지도록 울어재끼는 이 연약하지만 절대적인 존재를 처음 마주한 2주는 신기하고, 무섭고, 행복하고 또 공포였다.


그 당시 나를 살렸던 것은 수많은 엄마들의 이야기였다.

젖먹이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분명히 트림을 시켰는데 자꾸 토를 하네요.

아이가 3일째 응가를 안 해요. 변비일까요?

잘 먹고 기저귀도 갈았는데 왜 두 시간째 울고 있는 걸까요?


그녀들의 멘붕 스토리는 매 순간마다 같은 멘붕홀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나에게 뻗어온 구원의 손길이었다. 나만 젖꼭지가 헐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우리 아이만 매번 토를 하는 게 아니구나. 내 모유와 아이의 소화기관의 궁합이 잘 맞으면 응가를 며칠에 한 번씩 보기도 하는구나 등 내 불안감은 초보 육아 동지들로 인해 점점 옅어졌다.


그렇게 아이를 키웠는데 이제는 내가 고양이 집사 인생에 발을 들여놓았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 인간을 키워내는 육아는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일이 단 한 개도 없다. 한 순간도 불안한 걱정이 사라지지 않으며 혹여 라도 이 작은 인간이 아프기라도 한다면 마음을 후벼 파는 자책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반려 동물이라고 다를까?


남편과 나는 아이를 낳기 전에도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하고 이야기를 나눴었다. 이유는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일은 결코 다시 전으로 돌이킬 수 없으며 육중한 책임감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반려 동물을 키우지 않고 있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아주 섬세한 돌봄이 필요한 시기를 지나고 난 지금에서야 반려 동물을 고민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겼다. 단, 아직까지는 2호가 어리므로 많은 돌봄이 필요한 강아지의 입양은 고려 사항에서 제외되었다. 그리고 여러 날을 고민 후에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마음을 먹고 알아보던 그 시기에 마치 운명처럼 우리에게 다가온 두 형제 고양이들.

원래는 한 마리를 키우고자 했던 우리는 한 어미에게서 5마리가 태어나 두 마리만 남았다는 이야기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함께 데려오자고 했다. 적어도 이 작은 생명들의 인생에서 더 이상의 헤어짐은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렇게 우리 집으로 온 녀석들은 집안에 그 조그마한 발을 들여놓음과 동시에 우리 네 식구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쉬울 거라 생각했던 마음은 오산이었다. 미리 알아보고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온 지 삼일 만에 남편과 나는 멘붕에 빠졌다. 맛있게 오도독 거리며 사료를 먹은 두 녀석이 돌아가면서 집안 구석 어딘가에 토를 하는 것이었다. 보이는 곳에라도 하면 바로 치울 수라도 있지만 우리는 하우스에 살고 있었다. 만약 집안 어딘가에 개미들이 사랑하는 고양이 사료가 적당히 먹기 좋게 불려져서 걸쭉한 액체와 함께 게워져 있다면 우리 집이 개미굴로 뒤바뀌는 건 시간문제였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료를 잘 먹는 냥이들은 식탐과 호기심이 넘쳤다. 이 두 본능은 곧 사람이 먹는 음식들로 옮겨 붙었다. 아직 아이들이 특히 2호가 어리기에 늘 바닥 어딘가에 과자 부스러기는 존재했다. 하지만 이제 새 식구가 생겼으니 사람 음식을 먹지 못하게 지켜야 했다. 고양이 형제가 호시탐탐 아이들의 음식을 노리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한 녀석이 2호가 잘 먹고 있던 짜장밥을 내가 고개를 돌려 티브이 리모컨을 찾고 있었던 2~3초 사이에 낼름 낼름 핥아먹고 있던 게 아닌가. 여분의 남은 음식도 없었고 아이가 맛있게 잘 먹고 있었을 때의 상황이었다. 고양이들 때문에 1호는 식탁에 앉아서 음식을 끝까지 참을성 있게 잘 먹는 습관이 잘 교육되었지만 아직 어리광 충만인 2호는 여전히 밥은 ‘엄마가 먹여주는 게 짱!’ 모드가 켜져 있는 중이라 먹는 중간중간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제 잘 먹기 시작한 아이 밥을 고양이가 그릇 어느 구역까지 맛을 보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나는 마치 압력 밥솥이 폭발하듯 머리에서 김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화가 났다. 하아… 혀를 낼름거리고 있는 현행범을 체포하여 도망가지 못하도록 몸통을 지그시 누르고 낮은 목소리로 혼을 냈다.

‘안돼. 사람 음식을 먹으면 안 돼.’


그런데 고양이가 무슨 죄가 있을까? 녀석들은 본능에 충실했을 뿐인데… 내가 화를 낸다고 고쳐지기나 할까? 그날밤 나는 너무 당연한 녀석들의 본능에 화가 난 내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졌었다. 화도 나고 짜증도 난 상태에서 글로 감정을 풀어내고 나자 마음이 조금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차분한 마음으로 첫 아이 신생아 때와 마찬가지로 구글에 도움을 요청했다.


‘고양이 식탐’

사진출처 : 픽사베이

검색창에 떠오른 여러 집사들의 경험담을 읽으며 나는 반성했다. 나의 무지였구나. 다행히도 요즘은 고양이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수의사들이 여러 유튜브에 등장해서 다양한 해결 방법을 알려주었다. 식탐에 관한 것도 그중에 하나였다.


고양이 사료(건사료, 습사료)는 사람이 밥을 먹을 때 같이 주는 것은 여러 솔루션 중 귀가 솔깃해진 하나였다. 냥이들의 배가 불러야 사람이 먹는 음식에 호기심을 덜 갖게 된다는 말씀. 냥이들의 식탐이 아이들의 밥으로까지 퍼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예방책이 있다면 우리 집에는 이 방법이 시급했다.


결과는? 100%까지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밥 먹을 때 원하는 사료를 적당히 든든하게 먹은 고양이들은 아이들의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들었다. 일단은 성공했다!!


얏호~~~

초보 집사인 나도 고양이 형제들도 앞으로 함께 살며 다양하게 멘붕을 일으킬 처음들을 마주 할 텐데 그 시간들을 서로 안면은 없지만 왠지 동지처럼 느껴지는 집사님들과 함께 한다면 왠지 나도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내 연두부 멘탈에 지진을 일으킬 가지각색의 사건 사고들을 이제 조금은 단단한 두부가 되어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같은 연두부 멘탈 초보 집사님들 함께 힘을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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