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르는 매직입니다.
당황했었다. 고양이도 양치질을 꼭 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내 아이와 매일 벌였던 전쟁을 반려 동물과도 벌여야 한다고?
1호를 키울 때 한창 무불소 치약이 유행했었다. 호주에서 파는 치약은 무불소가 없고 저불소라고 해도 매운맛을 도무지 숨길 수가 없나 보다. 양치질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아이를 위해 동생 와이프에게 부탁해서 구입한 무불소와 저불소 치약은 배를 타고 우리 집으로 도착해 아이가 지옥처럼 느끼는 양치질 시간을 살짝 지옥의 반대편으로 이끌어주었다.
아이들에게 불소치약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무불소치약을 쓰고 있던 몇 개월 만에 악몽 같은 깨달음으로 찾아왔다. 아이의 유치에서 충치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불소치약을 쓰려고 하면 목이 쉬도록 울어대는 통에 매번 백기를 들어버린 내 잘못이었다. 이깟 불소 치약 좀 늦게 쓰면 어때? 양치질이 습관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는 핑계로 아이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갈색의 실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불소치약을 써야겠다’로 마음을 바꿔먹었다. 불행히도 늦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내 아이는 치통으로 울고 있었다.
그 후로 치과를 방문하고, 어린이 전문 병원에 가서 스페셜 닥터를 만나서 수술을 받기까지 한국을 왕복하고도 여행 경비까지 추가할 만큼의 돈이 들었다. 그럴 거면 한국을 다녀오지 그랬냐 하겠지만 그때는 코로나로 인한 판데믹이 최절정일 때였고 호주에서는 누구도 입국이나 출국을 할 수 없었다.
무사히 수술을 끝낸 아이의 뇌에는 양치질의 습관화가 단단히 몸에 각인되었다. 전신 마취와 함께 수술을 하고 실버 치아(크라운)를 얻은 뼈(이) 아픈 경험이 아이에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무서운 일이었음이 틀림없다. 요즘 1호는 양치질을 못하는 것이 벌을 받는 것과 같다고 할 정도니 이 정도면 정말 제대로 습관을 들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2호는 첫 이가 나기 시작하면 서부터 양치질을 시켰다. 나도 같은 악몽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 일찍부터 아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신나는 노래와 함께 즐거운 일이라는 느낄 수 있게 온몸을 바쳤다.
양치질이란 그렇게 힘든 기억으로 남아 있는 내게 사람도 아니고 동물, 그것도 고양이에게 그 힘든 것을 해야 한다니. 아이는 크면서 이해를 하고 협상이 가능하다 지만 고양이가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반려묘와 함께 살아가는 행위가 모든 것이 처음이다 보니 마치 첫 아이를 낳아 많은 처음을 맞닥뜨렸을 때가 생각난다. 지나고 보면 우스운 일도 많지만 알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혹시라도 잘못될까 두려웠던 적도 많았던 나날들.
사람 말고 고양이들을 새 식구로 맞이한 이후로 나는 수시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고양이가 자꾸 토해요’
‘고양이가 자꾸 설사를 해요’
‘고양이 양치질 성공법’
‘고양이 간식은 얼마나 줘야 하나요’
‘고양이 발톱 깎기’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눈물겹도록 고마웠지만 냐옹이들을 키우고 있는 지금도 감격스럽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비슷한 질문을 올리고 서로 경험담을 주고받았을 뿐인 글인데도 내게는 때로 구원의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자꾸 고양이가 사료를 토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그런 경우가 많고, 정말 이상한 내용물이 아니고 사료를 토하는 거라면 아주 자연스러운 거라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할 수 있으면 밥그릇 높이를 조정해 보라고, 그러면 덜 토한다는 이야기에 실제로 높이를 조정하고 나니 토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어서 고마운 마음에 당장 웹사이트로 달려가서 댓글을 남겼더랬다.
다시 치카치카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처음에 대략적인 검색만 하고 그냥 무작정 고양이들을 안고 시도했다가 처참히 망했다. 온몸으로 발버둥을 치며 발톱을 세워 거부했다. 결국 저 멀리 도망가서 숨어버렸다. 그다음에는 겨우 칫솔질 몇 번 하고 또다시 도망치길 반복하며 내게도 슬슬 스트레스 지수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해결 방안이 절실했던 나는 구글, 유튜브로 검색해서 여러 영상을 꼼꼼히 보았다.
그렇게 알아낸 중요한 사실. 고양이도 아이와 똑같았다. 부정적인 기억을 심어주면 안 된다는 것.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은 간식을 동원해서 좋은 기억을 심어줘야 집사도 고양이도 스트레스 없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가장 베스트 해결 방법은 모든 고양이가 애정한다는 간식. 바로 츄르였다.
그다음은 어떻게 됐냐고?
이제는 칫솔과 츄르를 들고 ‘치카치카하자~’고 외치면 두 마리가 모두 쪼르르 달려온다.
그러곤 꾸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에 엉겨 붙어 어서 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한다.
물론 맛있게 받아먹고 마지막에 안고 하는 칫솔질을 아직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칫솔을 들면 츄르가 따라온다는 기억은 확실하게 심어준 것 같다.
우리 집 1호 어린이도 치통과 치과의 아픈 기억이 그에게 양치질은 꼭 해야 한다는 좋은 습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약이 된 것처럼 우리 이쁜 냐옹이들에게도 칫솔은 츄르와 함께 찾아오고 양치질을 하고 나면 몹시 개운하다는 기억이 온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잘 견딜 수 있는 좋은 습관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고양이 치약으로도 치카치카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오늘도 집사는 칫솔에 묻은 츄르에 간절한 바램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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