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J Anne Apr 19. 2024

Emergency

우리를 살게 하는 친절

“저, 입구 건너편에 있는 카페에 가는데 혹시 커피 필요하면 사다 줄까요?”


아이와 응급실에서 마음을 졸이고 있는 내게 맞은편 침대에 아이와 함께 있던 그녀가 다가와 물었다. 그녀의 아이도 기침하느라 호흡이 힘들어서 응급실에 와 있는 걸까? 아이는 연신 기침을 했고, 때로 밭은 숨을 내뱉으며 힘들어했다. 내 아이도 다르지 않았다. 기침을 할 때마다 힘들어하며 갈비뼈가 쑥쑥 들어가도록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아이는 열 살은 넘어 보였다. 언제부터 아팠을까? 아이의 얼굴을 쓸어주다 주변을 살피느라 고개를 들 때면 종종 서로 눈이 마주쳤다. 처음엔 눈인사를 하고, 다음엔 안타까움을 교환했다. 당신 아이도 아프군요. 언제부터 아팠을까요? 우리는 들어온 지 이제 한 시간이 다 되어 가요. 그런데 오늘은 집에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요. 당신은요? 우리는 힘들겠지만 당신과 당신의 아이는 어서 안정되어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내 아이도요.


세 살 된 아이를 다독거리며 의사를 기다리는 내게 그녀가 다가와 물었다. 혹시 필요한 것이 있냐고. 내가 어린아이를 두고 침대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가 내게 건넨 그 한마디는 내 귀에 이렇게 들렸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괜찮아요. 여기 우리가 함께 있어요.’


그녀의 사려 깊은 배려의 한마디는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든 위로가 되었다.

응급실에 있는 사람들은 환자도 보호자도 모두 도움이 절실한 응급 상태 같다. 환자는 몸이 아프고, 바라보고 있는 보호자는 마음이 아프고.


아픔을 느껴본 사람은 아픈 사람의 마음을 겪어본 만큼 알고 있다.

당신이 아프지 않길 바래요.

당신의 아이가 어서 나아지길 바래요.

떨리는 시선으로, 부드럽게 속삭이는 말로, 때로는 따뜻한 배려로 서로에게 공감한다.


아픈 이들이 모여있는 응급실 조금씩 스며든 친절 바이러스는 우리의 베풂을 통해 전염되어 점점 응급실을 벗어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로 전해진다.


그녀의 한 마디에 나는 조금 더 따스한 세상을 꿈꿔본다. 아니 나도 함께 만들어 간다.


#나크작 #앤크작 #작가앤

#Emergency #응급실 #아이 #병원 #공감 #배려 #친절


사진출처 :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의 구조 신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