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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Apr 30. 2024

6살 기차 덕후가 3시간 동안 방치되면 일어나는 일

개학인 줄 알았던 School development day

증기 기관차

드디어 개학이다~~~~~ 나의 기쁜 외침이었다.


호주의 초등학교는 일 년에 4 텀으로 진행되고 매 텀이 끝나고 나면 짧게 또는 길게 방학이 있다. 텀 1이 끝나고 4월 중순부터 말까지 이번 방학은 2주였다. 가장 긴 방학은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방학인데 그때는 거의 한 달 하고도 2주를 더 쉰다.


킨디를 끝내고 올해로 Year 1이 된 1호는 텀 1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2주 동안 정말 열심히도 놀았다. 그동안 어떻게 놀았는지는 차차 올려봐야지.


2주가 끝나고 돌아오는 오늘 아침.

우리 온 가족 당연히 개학이라고 생각하고 아침부터 부산하게 일어나 등교 준비를 일찌감치 끝낸 후에 아이와 굿바이 키스도 하고 남편의 손에 쥐어주며 보냈다.


그런데 이 쎄한 느낌은 뭐지? 5분 거리에 있는 학교로 남편과 아이가 출발한 후 채 1분도 되지 않아 뒤통수가 서늘했다.


오늘 개학 맞지? 혹시 School development day는 아니겠지?

아! 여기서 School development day란 개학은 했지만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고 학교 관계자들만 출근해서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에 학교를 재정비하는 날이다. 날짜는 학교마다 다를 테지만 대체로 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첫날인 경우가 많아 개학하는 첫날은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킨디를 다니던 첫 해에는 이런 것도 잘 몰라서 꼼꼼히 알아봐서 School development day가 있는 방학도 있고 없는 방학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번에는 왠지 없다고 철떡 같이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뿔싸.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학교가 너무 조용하다고. 길거리에 주차되어 있는 차가 한 대도 없다고. 오늘 등교하는 날이 맞냐고.


재빨리 학교에서 공지로 보내온 이메일을 확인했다. 하아… 오늘은 School development day였고, 아이들은 등교하지 않는 날이었던 것이다. 왜 안 좋은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는지.


민망한 마음에 남편에게 재빨리 알리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에게 멋쩍게 웃으며 사과했다. 대신 방학이 하루 더 생긴 거 아니냐며 오늘 신나게 놀아 보라고 내가 더 신나는 척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예상치도 못하게 아이는 방학을 왠지 덤으로 하루 더 얻었고 다행히도 정말 신나 했다. 오늘 나의 배달 업무는 더군다나 장거리였고,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일하는 아빠 덕에 1호는 여유롭게 놀 수 있었다.

내가 2호를 등원시키고 일하러 가는 동안 남편과 1호는 근처 거래처에 배달도 다녀오고 슈퍼에 들러서 자기가 먹고 싶은 간식도 골라서 사 왔다. 그로부터 4시간 후 나는 집에 도착했고, 아이는 나를 보고 눈을 반짝이며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지금 빨리 봐야 한다며, 아주 근사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고사리보다는 이제 조금 더 큰 아이의 손이 나를 잡아 이끈 곳은 놀이방. 그리고 내 눈앞에는 광활한 기찻길이 펼쳐져 있었다. 더 이상 쓸 수 없는 딱 1피스만 남겨 놓고 나무 트랙을 모두 사용했다며 아이는 눈을 빛내며 뿌듯해했다.

와~ 사실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리 집 아이들 모두(큰아들인 남편을 포함해서) 기차 덕후들이라 기차 관련한 장난감은 종류별로 다 있다. 심지어 나무 트랙, 플라스틱 트랙은 웬만한 집에서 갖고 있는 3~4배 정도 되는 양이다.


이렇게 많은 트랙으로 아이의 머릿속에만 펼쳐져 있던 그림을 꺼내어 이렇게 근사한 작품을 만들다니~ 정말 대견했다. 오늘 하루 종일 아이는 기차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놀았다. 2호가 하원을 하고 형아와 합세했고, 아이들의 이야기는 자기 전까지 끝이 없었다.


물론 서로 같은 기차를 갖겠다며 으르렁대며 많은 싸움이 있었지만 이내 또 풀어지고는 신나게 놀았다.

엄마의 실수로 왠지 선물처럼 받은 하루의 휴가를 이토록 멋들어지게 마무리한 1호에게 미안하기도 더 고맙기도 한 그런 하루였다.


#나크작 #앤크작 #작가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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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덕후 #기차마을 #기차놀이 #기차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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