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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May 06. 2024

내 안에 지킬&하이드를 소환시키는 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살면서 한 번쯤은 맞닥뜨리지 않을까?

‘이런 사람은 정말 죽어야 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주인공인 릴리에게 ‘살인’은 아주 정당한 심판 도구였다. 어린 그녀를 탐냈던 변태 예술가, 릴리 모르게 바람을 피웠던 연인, 그리고 그 연인의 상대였던 미란다와 외도의 대상 브래드까지 모두 릴리에게는 충분한 명분이 있었다.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릴리에게 이 사람들은 그저 썩은 사과 몇 개일뿐이었다.

공항에서 만난 테드에게서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고, 아내를 죽이고 싶다는 충동적인 그의 말을 도와주겠다는 말로 되받아치며 릴리가 했던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당신이 아내를 죽인다 해도 어차피 죽을 사람 조금 일찍 죽이는 것뿐이에요. 게다가 그녀에게 상처받을 많은 사람을 구해주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녀는 이 사회의 암적인 존재예요.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든다고요. 그리고 당신에게 한 짓은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더 나빠요.”


이성적인 나의 내면의 어떤 녀석은 알고 있다. 그녀의 살인은 어느 상황에서도 정당하지 않고 아주 비겁한 짓임을. 그러면서도 또 다른 내면의 나는 어느새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 제발 들키지 않았으면. 이것이 완전히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허무맹랑한 세계에서 만이라도 이 사람들이 벌을 받았으면. 죽이고 싶을 만큼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의 얼굴과 상황이 떠오르면서 내 머릿속에 있는 쳇, 에릭, 미란다와 브래드의 얼굴 위로 내 원수들의 얼굴을 겹쳐 놓았다. 소설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내 머릿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왠지 얼굴을 겹쳐 놓는 행위 만으로도 내 마음 깊은 곳에 묵어 있었던 상처가 조금은 무뎌지는 듯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에는 연신 입에서 감탄이 쏟아져 나왔다. 감탄과 동시에 두려움도 음습했다. 아빠가 보낸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릴리의 손은 떨리고 있었을까? 아니면 ‘유주얼 서스펙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았던 주인공의 입가에 서린 미소가 릴리의 입가에도 피어오르고 있었을까?


내 두 개의 자아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소설의 주인공에게 공감을 느낀다는 것은 절로 기묘한 경험이었다.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어느 상황에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작가는 매혹적인 빨간 머리의 릴리를 통해 살짝 다른 질문을 던진다.


‘자, 이래도 죽여 마땅하지 않은가?’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나는 다른 독자들의 대답이 궁금하다.


과연 당신은 어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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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밀리의 서재,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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