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길 잃은 강아지 인가.. 너무 작은데..' 잠시 생각하던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쏜살같이 내달 음질 합니다.
하얀 털빛을 가진 강아지의 뒤를 쫓다 보니 저만치 또 한 마리의 강아지 포착. 이번엔 갈색빛이네요
비교적 먼 거리에서 나와 대치하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사람을 경계하는 듯 낑낑거리는 두 마리 강아지를 뒤로하고 걷다 보니 반대편에 어미로 추정되는 강아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미는 눈이 마주치자 내달리지 않고 그 자리에 앞발을 포개어 앉습니다. 익숙한 자세에 기품마저 느껴집니다. 머뭇거림 없는 진지한 눈동자.
젖이 불어있는 것을 보니 젖먹이 강아지들의 어미일거라는 유추를 쉽게 할수 있었지요. 등산객이 건네주는 간식에 반응을 보이는 녀석. 사람의 손길에 익숙합니다.
길들여진 어미와 길들여지지 않은 새끼들의 묘한 눈빛 교환을 확인하며. 더 이상의 불안감을 조장시키지 않을 요량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 어미 강아지의 눈동자가 생각납니다. 길들임이란 단어가 목구멍에 가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지요. 그 해소책으로 서랍에 있는 책에서 '길들임'의 단어를 낚아보기로 합니다
A : 이리 와서 나랑 놀자. 난 정말 외롭단다
B :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A : 그래?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지?
B : '관계를 맺는다'라는 뜻이야. 넌 언제나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해
- 어린 왕자 (부분 수정)
어린 왕자의 한 부분입니다. 사랑하는 꽃과의 불화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A(어린 왕자)가 인간들의 세계를 향해 상상여행을 떠나는 중. 일곱 번째 별에서 B(여우)를 만나 삶의 본질을 깨닫는 부분이지요
어린 왕자는 여우를 만나 '길들임으로'써만 비로소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배웁니다. 그리고 자기별에 두고 온 꽃이 자기만의 소중한 것임을 깨닫고, 자기가 길들인 꽃에' 책임'을 지기 위해 뱀에 물리는 헌신적 죽음을 택하지요.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무엇을 쉽게 길들이고 있진 않은지 생각하게 됐어요.
무책임한 길들임을 행하는 이들에게 어린 왕자를 권하고 싶어지네요.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던 어미 강아지는, 그 관계를 맺어준 주인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지 않을까? 어린 새끼 강아지들을 어떻게 길들일지 고민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