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냄새가 납니다. 비를 맞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짐이 있어 그런 낭만은 사치. 한두 방울씩 떨어지니 발걸음도 빨라지네요. 그때 수신호를 보내듯 나를 붙잡는 시선. 문전성시를 이루는 트럭으로 향해봅니다.
이 시각 저렇게 붐빈다는 건 아직 파장이 아니라는 신호. 오늘은 저 대열 합류가 가능한 날인가 봅니다. 맛이 좋아 금방 다 팔리는 떡볶이는 지하철역 앞 광장에 있습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선별검사소에 자리를 내주었던 포장마차와 간이 점포들. 신속 항원 검사를 위한 줄이 끊이지 않았던 그 자리를 지날 때마다. 그 맛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가게 하나 열었으면 좋겠다는 단골손님의 제안에 묘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사장님. 몇 년째 트럭 떡볶이를 고수합니다. 그날 준비한 분량을 다 팔면 그대로 장사를 마치시니 못 먹는 사람들은 갈증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간질 맛 나는 그 맛. 집에 가서 먹을 생각에 뿌듯합니다.
빗줄기가 굵어질 것을 대비해 버스에 탑승. 떡볶이 냄새가 솔~솔~ .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
침샘을 자극하는 떡볶이의 강렬함에 취한 것인지. 단어 하나가 입안을 맴도네요. '다사랑.'
매직아이처럼 떠오른 '다사랑'은 학교 앞에 즐비했던 떡볶이 가게 중 하나입니다. 다사랑 떡볶이를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고, 얘기하던 친구의 말이 귓가에 맴도네요.
주문을 하기 위해서는 한 명이 전력 질주를 해야 했어요. 1층 테이블은 금세 만석. 그럴 땐 2층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이 급경사라 여학생들의 배려가 없는 곳입니다.
치마를 입고 왔는데 남학생들이 1층에 있으면 대략난감. 한 번의 호된 경험을 하면 교복 치마 속 체육복은 필수 아이템이 되었지요
넷이 짝을 이루어 한 테이블을 차지하니 가게 안은 북적북적. 감칠맛 나는 무 절임과 폭풍 수다가 어우러진 떡볶이. 정겨운 소리와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그 맛. 그 추억이 아련하게 비가 되어 마음을 적십니다.
예쁜 그릇에 담아 아이들을 불러봅니다. 오순도순 모여앉아 맛있게 먹을 생각. 하지만 사춘기 터널을 건너는 보물들. 각자의 방에서 나오질 않네요.
살짝 당황스럽지만 좀 전까지 '다사랑 떡볶이 맛'을 음미하던 여고생의 말랑 감성이 남은 탓인지 특단의 조치를 취합니다.
찾아가는 서비스로 기타 치는 보물 1호 입속에 한입, 게임하는 보물 2호 입속에 한입, 번갈아 먹여주지요.
아이들은 엄지 척. 손가락으로 화답.
엄마의 예기치 않은 배려에 기뻐하는 보물들은 이 떡볶이 맛을 추억하는 날이 오겠지요?
그래도, 보물 3번은 나와 한 테이블에서 먹어주니 얼마나 다행인가.
떡볶이는 같이 먹어야 그 맛이 배가 됩니다.
시를 좋아하는 엄마에게 보물 3이 들려주는 동시 한편이 맛있습니다.
떡볶이(장두리)
달콤하고 조금 매콤하고/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그래도 호호거리며 먹고 싶어/ 벌써 입속에 침이 고이는 걸/‘맛있다’ 소리까지 함께 삼키면서/단짝끼리 오순도순 함께 먹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