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불편한 간식

by 미오


빠듯한 승선 시간에 맞추려고 주차장에서부터 열심히 달립니다. 신분증을 차에 놓고 내린 깜빡녀 덕분에 '잠깐만요'를 외치며 가판대에 겨우 올랐지요.


한참 뛰었더니 땀이 베어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배의 키 모형 앞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분들이 계시네요. 진행 방향을 막는 상황이지만 그 모습이 보기좋아 한발 양보해 기다려드렸어요


오늘은 여행자이니 바다 같은 마음을 취하기로 했거든요


사진 찍기에 진심인 분들이 지나가니 드디어 배의 후미쪽에 길이 생깁니다. 속도를 내며 바다 한가운데 길을 만들어 가는 배는 뒤쪽이 명당.



관전 포인트를 즐기기위해 하나둘 모여듭니다.



하얀 물거품이 긴 꼬리처럼 따라오는 듯 했어요 . 일렁이는 포말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이미지에 집중해봅니다


어린시절 빨래판에 옷가지를 비벼빠시던 엄마의 모습이 스치네요. 옆에 앉아 바가지로 물을 끼얹던 기억이 새록새록 마음이 개운해집니다



배라는 저항에 부딪혀 만들어지는 하얀 포말이 파란 바다에 색을 입히는 모습은 하얀 꽃길을 연상시키기도 해요


배에 부딪히는 저항값의 수치가 작아지면 다시 고요한 바다로 조용히 흘러 돌아가는 물살들. 흩어지니 다시 물이 되네요.


물살을 가르며 출발하는 배는 넘실대는 물결과 흰 물거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냅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어디서 날아왔는지 갈매기 떼가 하얀 물거품 주위로 모여드네요.

포말 사이를 가르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놀이터 에서 노는 아이들을 연상시킵니다.


새우깡을 물고있는 갈매기


새우깡을 투척하자 단번에 알아보는 갈매기들. 익숙해지고 길들여졌음을 알 수 있었지요.

사람들의 탄성이 이어지고 너도 나도 새우깡을 사러 매점으로 향합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새우깡 구매에 동참의사를 밝히는 깜빡녀. 하지만 갈매기 생태에 치명적 이라는 신중녀의 목소리가 이겼습니다.

이미 새우깡이 많이 던져진 상태니까 우리 까지 보탤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지요. .


새우깡에 진심인 커플 뒤에서 갈매기의 움직임을 관찰해 봅니다. 내리꽂으며 낚아채는 솜씨가 예술이네요. 분주한 날개짓을 보노라니 갈매기는 새우깡의 맛을 알고 먹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씁쓸한 마음에 시선을 돌리다 비행에 진심인 갈매기를 발견했습니다. 새우깡 따위엔 관심이 없다는 듯 다른 갈매기와는 사뭇 다른 비행 솜씨를 뽐내네요. 새우깡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위한 날개의 퍼덕거림도 없습니다. 조나단의 후손인 듯 하늘을 가로지르는 자태에 넋을 잃었지요.


자유자재로.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춤을 추는 듯 보였으니까요. 현란함 춤사위에 가까운 활공은 에어쇼를 관람하는 느낌을 자아냅니다. 조나단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습니다. 먹이에 집착하는 갈매기들과는 사뭇다른 자유를 위한 비상이 느껴졌으니까요


새우깡 대신 어묵을 먹기위해 자리에 앉아보니 옆자리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거립니다


기사를 본 적 있다고 새우깡이 안 좋은 이유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 아저씨가 계셨거든요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새우깡에는 새우가 없잖아.
화학조미료 잔뜩인 새우깡을 갈매기가 먹게 하면 안 되지. 산란기에 어미의 되새김질을 받아먹은 새끼가 건강하겠어?

조나단을 꿈꾸는 갈매기도 있을터인데 인간의 유희로 새우향만있는 새우깡에 길들여지는 갈매기의 삶이 애잔했어요


갈매기의 불편한 간식에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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