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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Jul 27. 2023

마음의 불도 켜세요

냄비가 올려져 있어요

바쁘시죠? 죄송한데요. 제가 냄비 불을 안 끄고 온 것 같아요. 현관 비밀번호 알려드릴 테니 집에 한번 올라가서 점검해 주시면 안 될까요?
<냄비를 가스불에 올려놓고 왔다는 입주민>


가끔 이런 전화를 받습니다. 특히 평일 오전 시간이죠. 외출 전 음식을 해두고 뜨거워서 가스레인지에 그냥 둔거 같은데 마지막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다급한 민원.


다행히 해당동에 냄새 관련 민원은 없었습니다. 비밀번호를 받았으니 함께 올라가지요. 점심시간이 임박해 여유가 있습니다. 현관을 열자 매캐한 냄새가 가득. 인덕션 위 냄비는 까맣습니다


" 바닥이 두꺼운 냄비라 다행이었네"


그렇습니다. H사의 냄비라 그나마 괜찮았습니다. 냄비에 선명히 남은 국물자국은 시간의 추이를 짐작하게 했습니다. 입주민께 그 사실을 알려드렸지요. 감사 인사를 전하십니다. . ‘


설마 했는데 그런 일이 생겼다고 요즘들어 자꾸 잊게된다고 자책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부엌 쪽 베란다 창문을 열어드리고 세대를 빠져나왔지요.


© mikbutcher, 출처 Unsplash


지난달. 아파트에 타는 냄새가 난다고 소방서에 화재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보통은 관리실로 먼저 전화를 하는데 휴일이었고 당직기사님이 다른 민원을 처리하느라 통화 중이셨데요. 윗집 아저씨는 신고후 바로 관리실로 내려와 그 사실을 전했구요.



마침 다른 아파트 화재 관련 사고로 인사사고가 있던 날. 인터폰도 전화도 받지 않아 세대 안내를 부탁한 소방관과 올라가 보니 집주인은 잠들어 있었습니다. 냄비가 새까맣게 탈 때까지 몰랐던 이유는 감기약을 드시고 깊은 잠에 빠졌기 때문이었죠.


안방 베란다와 주방에 설치된 화재감지기는 연기감지기가 아닌 열 감지기입니다. 고온에만 반응할 뿐 연기를 감지하지는 못합니다. 탄 냄새가 난다고 해서 감지기가 울리지는 않지요.


주방에서 조리할 때 가스불을 켜는 순간. 마음의 불도 함께 켜야 합니다.


방심의 불이 먼저 반응하지 않도록 내 마음에 안전의 불을 먼저 켤 수 있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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