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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Jul 29. 2023

방심은 NO!

시설물  파손


독서실 가는 쪽 가로등이 쓰러졌어요. 아이 데리러 가는 시간쯤엔 분명히 괜찮았는데 사고 난지 얼마 안 된 거 같아요

 <시설물 파손을 신고하는 입주민>


과장님이 현장에 다녀오시더니 안전띠와 연장 등을 챙기십니다.

“가로등은 아니고 보안등인데 큰 차가 후진하다가 쓰러뜨린거 같은데. 그대로 두면 또 다른 사고가 날듯하니. 빨리 조치해야 할거 같아. 김주임이 범인 좀 잡아줘요"


문제의 장소는 등하굣길 아이들 출입이 잦은 곳. 임시적으로 안전띠를 둘러 놓고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치우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고 급히 나가셨지요. 그녀도 CCTV 검색대로 이동합니다.


파손된 보안등


아파트 시설물 파손 건은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신속히 확인해 봐야 하지요 다행히 CCTV 여러 대가 비추는 곳이라 이번엔 미제 사건으로 남지 않을 듯했습니다.


몇 달 전 차단기 파손 건을 경찰에 의뢰했던 적이 있습니다. 택시를 타고 온 남성이 단지안에서 내린 뒤. 차단기를 그대로 밀어 파손시키고 도로 쪽으로 빠져나간 적이 있었거든요. 새벽시간이었고 비틀거리는 행동이 포착됐었지요. 경찰에 의뢰를 했었는데 택시비를 현금으로 냈고 CCTV 없는 곳으로 사라져 가해자를 잡을 수 없다고 했어요. 미제 사건으로 처리한다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공용 시설 파손 건은 복구비용도 있으니 더욱 긴장하게 됩니다. 전후 영상이 확실한 단서가 될 이번 사안은 난이도가 낮습니다. 당연히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요




탑차의 움직임이 수상했습니다. 택배차량이었지요. 그렇다면 등록된 차량인지의 여부를 확인해서 연락을 취하면 됩니다. 그런데 등록이 안된 차량입니다. 평소에 보던 해당 택배사 아저씨도 아니고요. 담당자가 바뀌신 건가?



이런. 입출차 시간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다행히 아직 출차를 하지 않은 상태. 앞차가 열릴때 꼬리 물고 들어간 차량이었는지 등록이 안돼도 입차가 가능했던 정황이 포착됐지요. 단지를 비추는 CCTV를 여기저기 돌려봅니다. 차량의 이동 동선을 파악했지요. 사각지대로 주차가 옮겨지니 승강기 CCTV까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마지막 동을 빠져나갈 때쯤 경비 아저씨께 차단기 앞에서 출차를 막아달라 부탁을 드렸습니다. 긴박한 추격전이었습니다. 쉽게 생각했는데 진땀이 났지요.



잠시 후, 해당 차량의 차주가 관리실로 입장합니다. 과장님이 보안등 파손 건을 말씀드리니 부딪힌 기억이 없다고 하시네요. CCTV로 현장을 보여드렸습니다.


소리 없는 화면은 모든 것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급하게 후진하는 차량과 그 뒤에 보안등이 쓰러지는 장면. (순간정적)


인수인계 후 오늘이 첫날이라 차량등록도 못했고, 택배랑도 많고 경황이 없어서 전혀 인지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하루 벌이도 못했다고 안타까워하셨지요. 사정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때 과장님이 한마디 하십니다.

"인사사고가 아닌 것을 다행이라 생각합시다. 아파트에서 후진하실 때. 특히 좀 더 주의해 주시고요. 아이들이 지나가다 다쳤으면 어쨌을지 아찔하지 않나요?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사고는 한순간. 방심은 NO! 다시금 깨닫게 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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