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실 앞을 지나는데 출근하느라 고생했다며 차 한잔을 건네십니다. 감사히 받았지요. 텀블러에서 나오는 갈색빛 액체는 김이 모락모락. 쌀쌀한 기운을 녹여주기에 안성맞춤이었어요.
무슨 차냐고 물어보니 피로회복에 좋다고 일단 한 모금 마셔보라고 하십니다. 구수한 둥굴레차. 지난 가을 직접 말려놓은 거라 더 진한거래요.
" 둥굴레 꽃 본적있어? 지난번 복수초 피었던 자리니까 점심에 가서 인사해"
항상 새롭게 피어나는 꽃의 존재를 알려주시는 경비아저씨. 그녀에겐 꽃산타입니다. .
입주민이 심어둔 둥글레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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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업무가 끝나고 짬을 내어 보러 갔습니다. 고왔던 복수초는 자취를 감췄지만 그 옆으로 둥굴레 꽃이 피었네요. 둥굴레 꽃은 줄기 밑부분의 첫 잎과 둘째 잎 사이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고 합니다. 셋째 잎부터 피어난다던데 진짜 그렇게 피어나니 신기했어요.
꽃이 바닥을 보고 있으니 첫 잎에서부터 꽃이 피면 살펴보기 더 힘들었을 거예요.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지만 고왔습니다.
다소 곳한 자태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데 그 옆에 잔망스러운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무슨 꽃인지 궁금해 네이버 렌즈로 찍어보니 은방울꽃. 처음 만나게 된 아이였지요. 은방울 꽃과 둥굴레 꽃은 잎이 비슷해서 친구처럼 보였습니다. 여러해살이 풀이니 작년에도 피었을 텐데 꽃은 못 보고 풀들만 보아 왔던 거였어요. 작년에는 보지 못했던 아이들을 새롭게 만나니. 꽃동산에 새로운 주인공들을 만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은방울꽃
익숙한 꽃들의 입장은 거의 끝난 늦봄. 이제는 특별히 더 낮은 시선으로 보지 않으면 만나기 힘든 꽃들만 남았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이 많습니다. 주말동안 세찬 비바람에 속절없이 당했기 때문이지요. 다양한 색감으로 오랜 즐거움을 선사한 철쭉이 자취를 감췄구요. 짙은 향기로 매혹하던 모란꽃도 처연 하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허전한 마음을 뒤로하며 걷다 보니 단지를 청소하는 미화원 아저씨가 보이네요
아저씨의 빗자루에 쓸리는 것들 대부분은 꽃잎. 바닥에 떨어진 꽃들이 아까와는 다른 시선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꽃의 잔해들은 아저씨의 오늘 일감이니까요.
눈이 마주쳐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다 보니 월요일이라 당연히 일이 많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