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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Jul 31. 2023

山에 오르는 맨발女

건강을 기원합니다


말 걸기를 멈춘 것 같은 단조로운 뒷산 풍경에 생기가 돋습니다. 호롱 불을 켠 듯 환한 빛을 내고 있는 진달래의 입장 때문이죠.


아파트 뒷산 진달래

.

마음을 설레게 하는 진달래를 마중하고자, 점심을 가볍게 먹고 산에 올랐습니다. 새들의 지저귐 사이로 들려오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궁금 女 : 아이고 이렇게 걸으면 발 아프겠다 ~ 괜찮으세요?

맨발 女 : .이제 2년 정도 됐는데... 굳은살이 생겨 괜찮습니다.

궁금 男 : 발바닥 용천혈을 자극하면 두통에 좋다고 하던데 진짜 효과 있어요?

맨발 女 : 그런 거 같아요... 저는 허리가 항상 아팠었는데 허리 통증도 없어졌어요

궁금 女 ; 겨울엔 못 다니셔서 요즘은 다닐만하시겠어요

맨발 女 : .... 겨울에도 올라왔는데.. 눈이 와도 올라옵니다.

궁금 女: 눈 쌓인 산에 맨발로 오른다고요?

맨발 女: 다 방법이 있어요. 신발 밑창을 떼어내고 신지요 어그부츠 싼 거 하나 사면 돼요

궁금 男: 그런 방법이 있구나~진짜 대단하시다.... 직접 개발하신거예요 ?

맨발 女: 유튜브 보면 다 나옵니다~ 맨발 걷기 하는 사람들 많거든요.


산에 오르는 입주민


들려오는 얘기에 집중하려고 무한 확장 시켜놨던 귀를 제자리로 안치 후. 맨발 산행 입주민의 뒤를 쫓아봅니다.  자잘하고 날카로운 돌멩이와 발에 걸릴만한 돌부리 등이 없는지 살피게 되더군요. 보폭을 맞춰보니 전방 주시로 걸어가는 발걸음에 리듬감도 전해집니다.


그녀 역시 몇 마디를 걸어보기로 했지요. 말하기 좋아하시는 분이란 걸 아까의 대화로 알게 됐으니 궁금女 2가 되어봅니다.


궁금女 2 :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거예요? 혼자 다니면 적적하진 않으세요?

맨발女 : 여럿이 다니면 주의가 분산돼서 다치죠. 맨발 산행하는 남편 걱정돼서 몇 번 쫓아왔다가 같이하게 됐어요.


친구들도 본인을 롤 모델로 해서 입문했다고  권하시네요. 특히 초보자가 걷기엔 비온 다음 날이 최고라는 나름의 tip까지.. 땅이 축축해지고 나뭇잎이 떨어져 쿠션 역할을 하니 무리 없이 걷게 된다고.


내친김에 눈이 쌓인 겨울산을 맨발로 내딛는 느낌을 물어봅니다.

“겨울산을 맨발로 걷는 느낌 ....
그건,,, 말로 표현이 안되죠~
직접 경험해 봐야 합니다”


눈을 맨발로 밟는 기분이 어떤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그동안 유별나게만 바라봤습니다. 산을 저렇게 위험하게 오르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실까 그녀 기준으로만 생각했지요

곁에서 산행을 해보니 특별한 느낌이 들었어요. 땅바닥에 돌부리가 있는지 살피게 되고 다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하는 마음도 생기네요. 그 입장이 돼보지 않고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 되는 걸 알았죠.


족저 근막염이 심하니까 그 잣대로 그 분들을  판단했던거 같아요. 발뒤꿈치에 불필요한 뼈인. '골극'이 있는 그녀에겐 맨발 산행은 무리거든요. 아무리 좋다 해도 각자의 몸 상황에 맞춰야 하니까 마냥 좇아 할 수는 없는 거죠 .



발바닥에 굳은살만큼이나 더욱 건강해질 입주민의 모습을 응원하며, 그녀를 설레게 한 '진달래 동산'을

등산화로 감싼 발로 조심히 내려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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