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오 김세미 Aug 10. 2023

복날은 간다

더위야 물렀거라

이젠 당신을 보내렵니다.

그만 고개를 돌려주시지요.


화려한 꽃들을 앞다투어 입장시킨 당신은,

일순 시들게 하는 마술로

일장춘몽같은 봄날을 애닮게 노래하게 하셨죠.


살랑 봄바람을 시샘해  긴 소매 옷을 싹둑 잘라버린 당신은,

성급한 입장을 고집했지요.

옷장에서 빛을 보지 못한 봄 외투의 투덜거림을 외면하고.

봄옷으로서 사명을 못한 속상함을 모른체 하셨지요.


초복도 중복도 지났으니

당신의 위세도 이제는 꺾일만하지 않습니까?

멈출지 모르는 질주에 지치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말복입니다.

독립만세를 외치는 투사처럼.

복날은 간다를 외쳐보고 싶습니다.

봄날은 간다를 가슴저미듯 애틋하게 불렀으니

복날은 간다는 목놓아 외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이제는 맹위를 떨쳤던 당신이

가만히 숨죽일 무렵입니다.

올여름 당신은 청양 고추 보다 독한 맛이었습니다.

숨이 턱턱 막힐 듯한 열기까지 선물했지요. .

온열환자가 속출하는 나날도 선물하지 않았습니까

삼복더위의 퇴장과 함께 당신은 조용히 사라져야 합니다.


바닷물 온도를 높여놔서 태풍 '카눈'은 역대급으로 그 기세를 꺾지 않는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기본적으로 태풍은 뭍으로 올라오면 급격히 세력이 약화된답니다.  금세 일반적 열대저기압으로 변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카눈은 10시간 넘게 육지에서 태풍의 위력을 유지하는 중이라잖아요. 한국의 바닷물 수온이 높아졌기 때문이래요.


더위! .  

당신. 이제 그만 숨죽여주세요

복날은 간다를 불러드립니다.


PS:복날과 봄날을 모두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고픈 밤



































작가의 이전글 느티나무를 기억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