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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Aug 02. 2023

느티나무를 기억하며

시설물 파괴주범으로 몰린 나무

아파트에 굉음이 울립니다. 높이20m정도의 느티나무 한 그루가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30분 남짓. 그 나무가 견디어 온 20여년의 시간은 그렇게 막을 내렸지요


오늘의 작업자는 특전사 출신의 벌목공입니다. 크레인에 연결된 고무밴드를 몸에 단단히 부착하고. 나무를 타는 다부진 몸놀림. 비교적 단단한 나뭇가지에 또 다른 밴드를 고정시키고 사뿐히 내려옵니다. 팽팽한 상태를 확인 후 기계톱을 들더니 거목의 밑둥을 단숨에 횡으로 베어버립니다. 머뭇거림없는 단호한 동작입니다.



날선 기계톱에 한순간에 단면이 잘리워진 나무는 크레인의 도움으로 하늘로 붕~ 떠오릅니다. 그 모습은 흡사 닭발의 모습을 연상시켰죠. 나무는 장애물이 없는 훵한 바닥에 툭 놓여져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이제는 폐목으로 평가절하된 존재감)



잘리워진 거목이 쓰러지면서 2차 피해가 가지 않아야하기에 크레인 기사의 움직임은 민첩합니다.

머뭇거림 없이 단숨에 나무를 들어 올려 바닥에 눕혀질 때 까지 그 어떤 부딪힘도 없어야 하니까요.


그 모습을 보려고 모여드는 사람들. 인파를 제지하는 경비아저씨와 직원들의 마음도 분주합니다.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호기심 많은 우리의 김주임은 이 모습을 CCTV로 지켜보지요. 다행히 전화가 방해되지 않았어요. 긴 나무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해 주려는 그녀의 마음을 읽었나봅니다. 먹먹한 가슴한켠을 느껴야 했습니다.




일생동안 온갖 생명체의 공격으로 성할 날이 없었을 관리실 앞 느티나무를 생각해 봅니다.


주차장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내어주던 나무였지요. 나무근처 수북히 덮힌 철쭉과와 함께 애물단지 말벌집 여러개도 품어줬던 느티나무.


지름 70cm가 넘는 밑둥만을 남긴 채 자취를 감추게된 나무의 빈자리. 배경이 되어주던 건물하나가 없어진 듯했습니다.


전화 한통이 정적을 깨웁니다.

"입주민 동의는 받고 자르는 겁니까?"

전입온지 얼마 안된 입주민이었어요


"동의 받고 진행하는 사항입니다. 나무 뿌리들로 인해 아파트 시설물 피해가 많거든요. 주자창 구조가 슬라브식인데 누수의 주범이 되고 있지요"ㅣ


나무뿌리가 누수원인이 되고 있어요

어떤 나무뿌리는 파이프를 녹슬게하고 구멍을 뚫어 누수를 유발할 수있는 물과 흙을 가져옵니다. 시설물파괴의 주범이 되니 어쩔도리가 없습니다


좋은 곳에 식재되지 못했다는 것. 축복받을 수 없는 충분한 사유가 되었지요. 나무를 심을 때 품종 선택에 신중했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른 곳에 식재 되었다면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겠지요

느티나무를 애도하고픈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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