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부르는 멍멍

강아지와 낮잠

by 미오


숨이 막힐 듯한 열기가 느껴지는 여름 오후. 마당에 물을 뿌리며 태어난 지 두 달 된 어린 강아지들의 장난스러운 몸짓을 구경합니다. 땀을 흘리며 강아지에게 부채질하는 손녀딸의 모습을 본 지켜본

엄마는 '아이고~ 내 강아지 덥겠다' 하시며 손녀딸의 어깨를 토닥입니다. 강아지들역시 집안으로 입장합니다



화단 옆 흙밭에서 놀던 아이들이니 목욕을 시키려나 했는데 졸려 하니 일단 재워야 한대요. 갑자기 신문지가 거실 한 켠에 펼쳐집니다. 욕실에서 발만 닦여 신문지 위에 올려진 강아지들.


"방울아! 신문지에서만 있어. 할미가 재워줄게"


어린아이한테 타이르듯 말씀하시더군요.

마당에서 잠시도 가만있지 않던 개구쟁이들에겐 가당치 않은 주문이라 여겼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새색시처럼 다소곳하지 뭐예요. 아예 움직일 생각을 안 하더군요. 급기야 신문지에 붙어버린 모양새로 두발을 포개고 얼굴까지 낮춥니다.


엄마의 손길에 몸을 맡긴 녀석들. 하얀 강아지의 얼굴 위로 검버섯 꽃이 핀 손이 돋보입니다. 미간을 위아래로 쓰담쓰담 해주며 급기야 자장가를 부르시는 엄마.


자장자장 자장자장 우리 방울이 잘도 잔다.


나직이 들려오는 자장가 소리가 마법의 주문인 양 고개를 떨구고 하품을 하더군요. 엄마 강아지를 닮아 유난히 고운 쌍꺼풀의 미세한 움찔거림이 포착. 어느새 눈꺼풀은 귀여운 눈동자를 이불처럼 덮기 시작합니다.


방울이 남매의 낮잠


살랑살랑 선풍기 바람에 기분 좋은 낮잠을 청하는 강아지들을 쳐다보는 눈동자들.


이 광경을 굳이 이름 붙이자면 멍멍 (멍하니 멍멍이를 쳐다봄)이라 해야 할까요? 불멍,물멍이 있으니 멍멍도 만들면 된다고 너스레를 떠는 동생 덕에 멍멍에 진심 모드.


78세의 생신을 맞이한 엄마와 보내는 오늘, 엄마의 자장가는 세월의 무게가 더해집니다. 아련한 추억까지 선물하니 엄마 강아지인 동생과 저도 기분 좋은 낮잠을 청해보기로 했지요.


이제 두 달 된 강아지들은 올여름 오늘 같은 방식으로 길들여졌습니다. 진돗개인 엄마의 똑똑한 혈통을 받아 영리한 거라 하시더군요. 바쁜 자식들 대신 기쁨조 역할을 한 강아지들. 낮잠 시간에 길들여진 강아지들은 엄마에게 일상의 행복을 선물해 왔음을 알 수 있었지요.


10여 분쯤 지났을까. 잘 자던 강아지가 갑자기 낑낑대더군요. 몸을 움찔움찔하는 모양새에 만져주려 하니 그냥 놔두라고 하십니다. 꿈을 꾸는 거라고


혹여 악몽을 꾸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발바닥이 씰룩이고 귀가 움직이더니 이내 조용해지더군요

우리 방울이들이 어떤 꿈을 꿀지 궁금해집니다


강아지의 꿈을 궁금해하며 강아지의 감긴 눈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자장가 소리가 나직이 들리며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엄마의 강아지인 우리에게도 기분 좋은 낮잠이 찾아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