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아침

by 미오

오랜만에 잠 보충을 해서 피로가 가신 개운한 아침을 맞았습니다. 평일엔 5시간 남짓 잠을 자지만 잠드는 시간이 자정을 넘기는 일이 많다 보니 몽롱한 채로 눈을 떠 먹거리를 챙기고 출근 준비를 해야 하지요.


간밤엔 10시 이전에 잠을 청했으니 일어나는 시간이 비슷해도 수면의 질이 다릅니다. 좀더 자고 싶었는데 빗소리가 잠을 깨웁니다.

다시 잠을 청하려다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해 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빗소리가 아니라 비와 함께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창문 밖에 6차선 도로가 보이지만 어느정도 떨어져 있는데 비오는 날은 빗소리와 어우러진 자동차 지나는 소리가 제법 요란합니다. 수상스키를 타듯 빗길을 질주하는 자동차들이 범인입니다..

횡으로 달리는 자동차와 종으로 내리는 빗줄기가 만들어 내는 소리는 바이올린 현을 켜는 듯 들립니다. 빗줄기의 강도에 따라 자동차의 속도에 따라 쏴아 쏴아 소리의 강도가 달라졌지요. 셈여림이 있는 그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는 건 오늘이 휴일 아침이고 그 소리를 감상하는 청자의 여유로움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여유가 주는 색다른 선물.



계절에 따라, 내리는 시간에 따라 비는 다른 이미지로 남습니다. 비를 좋아하지만 비가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는 순간은 아이들 등원시간에 내리던 빗줄기.

비가 내리진 않는 날은 산책길로 제격인 거리지만, 비 오는 날이면 심란했던 그 길. 호기심 많은 형제들에게 비는 최고의 장난감이니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어요. 우산만 쓰게 하면 우산의 쓰임이 무색해져버리기 일쑤입니다. 우산으로 장난을 치기 바쁘니까요.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파워레인저 그림이 그려진 비옷을 입게 합니다. 장화도 신기고 우산도 들게 하지요 어차피 우산은 그냥 거들 뿐이라는 걸 알지만 비 오는 날이니 구색은 맞춥니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비고인 웅덩이를 첨벙거리며 재잘거리는 아이들과의 등원시간은 평소 보다 두 배의 시간이 걸렸지요. 그 시절을 떠올리니 느린 배속으로 연주되는 음악을 듣는 기분입니다.

파워레인저 비옷 꼬마들이 저만치 앞서가다 빨리 오라고 엄마를 부릅니다. 잡히지 않는 옛 시간들. 비처럼 흐르는 시간들. 횡으로 종으로 펼쳐지는 추억들이 자동차의 빗길 연주와 더불어 아득히 멀어져갑니다.



비오는 휴일 아침의 여유가 나른한 추억열차를 타게 하는 행복한 시간. 모닝커피 한 잔으로 사치스러운 여유에 점을 찍고 싶지만. 이제 가족의 아침을 준비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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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imi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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