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드립하다

마음의 필터 점검

by 미오

드립 커피를 좋아합니다. 고가의 커피 머신이나 장비 없이 도전할 수 있으니 자주 이용하지요. 필터에 내려 추출하면 커피의 기름기가 제거되 에스프레소나 더치커피에 비해 지방질이 적습니다. 가볍고 산뜻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드립 백 커피로 간편하게 신선한 드립 커피를 즐길 수도 있지만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은 천천히 내려 마시고 싶어집니다.


드리퍼에 필터를 놓고 분쇄된 원두커피를 넣습니다. 따뜻하게 데워진 컵을 아래에 놓고 원을 그리니 거품이 일어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념무상이 되지요. 내 몸속 세포를 깨울 따끈한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그런데 필터지가 이상합니다. 커피가 졸졸 흐르지 않는 겁니다. 이런... 약간 찢어졌습니다. 걸러지지 않은 덩어리가 사색의 시간을 일순 멈추게 합니다. 의도치 않은 변수.


걸러지지 못하고 커피 액체와 혼합된 찌꺼기들을 다시 걸러봅니다. 감정의 찌꺼기들이 생각나더군요. 좋아하다, 행복하다,슬프다. 괴롭다 등의 감정의 찌꺼기가 걸러지지 않으면 그 감정의 노예가 되어버립니다.


© nixcreative, 출처 Unsplash


마음의 필터를 점검하지 않으면 오늘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길을 찾고 있다면 질문을 던져 보라 이정한 대표는 얘기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보다는 나는 무엇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이타적인 마인드를 가져 보라 하셨지요.


내가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챙김의 최전선에 있는 엄마로서의 모습이 우선순위로 떠오릅니다. 그러다 내가 좋아하고 운명적으로 해야 할 것이 있지 않을까 좀더 이기심을 발휘해보니 무적의 글쓰기가 생각납니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의 근저에는 마음 챙김이 있습니다. 내 마음을 챙기지 못하면 그 무엇도 쓸 수 없을 거라는 느낌이 있으니까요. 마음을 챙기려면 감정에 전도되지 않아야 합니다


드립 커피의 필터지를 점검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잘 걸러진 커피가 아닌 혼합물 덩어리 같은 커피를 마시며 가루를 탓할 수는 없으니까요.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울고 웃으며 살아갈 것, 모든 감정을 다 통과하면서 마음 챙김의 달인이 되어보자 생각합니다. 내가 나의 마음을 보듬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보듬지 못할 것이고 짐이 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의 질문에 흡족한 답을 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챙김이라는 단어를 챙기게 됐습니다.


나의 쓰임이 챙김의 최전선에만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어집니다. 은유 작가의 책 제목처럼 글쓰기의 최전선에 언제나 출동 대기조로 있고 싶어집니다



마음을 챙겨가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