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매미허물을 어찌하리

by 미오


확연히 달라진 냉기가 느껴지니 얇은 재킷 하나를 덧입고 집을 나섭니다. 달력 한 장을 넘기는 날이니 눈치 빠른 바람이 분위기를 알아챘나 봅니다.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다 건너편 길가 나무들을 올려다보았지요. 초록의 선명한 빛을 내뿜는 나무들. 이제 곧 고운 옷으로 갈아입을 테니 잘 보아달라 인사합니다.


단풍이 들기 전 초록의 빛깔을 기억해 달라 얘기했지요.


성격 급한 여름 탓에 서둘러 퇴장해야 했던 봄은 하얀 눈처럼 내려 앉았던 벚꽃도 짧게 머물게 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연둣빛 잎사귀들은 수줍은 입장을 하였고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더위를 치열하게 견뎌야 했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푸른 물감을 엎지른 듯 선명한 초록의 향연도 또 다시 환복할 시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부지불식간에 옷을 갈아입게 될 테니 자주 바라봐 달라고 얘기하더군요.

하루하루 여물어가는 나무들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라고.



고운 단풍이 물들던 지난 가을의 사진들을 감상하다가 사진 한 장에 멈칫 거립니다. 이제나 저제나 꽃피우길 기다린 화단 나뭇잎에서 보았던 매미허물입니다. 숨바꼭질 하듯 숨겨져 있던 매미허물. 며칠 비가 내렸는데도 나뭇잎에서 꼿꼿하게 붙어있더군요. 비바람에도 끄덕없는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가을에 꽃 피울 준비를 하는 꽃나무 입장에선 귀찮은 친구가 아닐 수 없지요.


가을의 문턱에서 바라보는 매미 허물이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처럼 느껴집니다. 가을에 어울리지 않는 그림은 하나씩 지워지겠지요.


이제는 여름의 잔재로 남을 풍경들을 눈에 담아 봅니다.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